INFJ

[INFJ] INFJ의 내적 갈등을 완화하는 법

멜리비 2019. 6. 5. 08:10

INFJ에 관한 인터넷 상 글을 살피다 보면, 타 유형에 비해 INFJ가 발달이 더디며, 30대가 되어서야 자리가 잡힌다는 이야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10대에 2-3차 기능을 발달 시키고, 20대 초중반 정도에 이르러 4차 기능까지 어느 정도 능숙하게 다루는 법을 익혀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하지만 INFJ 유형 중에는 유난히, 30-40대가 되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사회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무슨 이유일까요?

필자의 생각으로는, INFJ의 주기능인 내향 직관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내향 직관을 통해 획득한 비젼이나 통찰을 그대로 외부에 내놓았을 때, 주변인들은 낯설게 느낄 가능성이 높고, 사회 전반적으로 그것을 가치 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13살 학생이 종교에 관한 자신의 통찰이나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세계관에 대해 주위 어른들에게 이야기해본들, 부모와 학교 선생, 혹은 또래 친구들이 인정할까요? 특히 13세면 아직 세상 경험이 부족하고 지식도 부족한 상태에서 자신의 내적인 영감을 세상 밖에 내놓게 되면, 아마도 주변에서는 그저 허황되고, 조금은 이상한 이야기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내향 사고가 주기능인 친구는 13세에 이미 수학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것이고, 주기능이 외향 감정인 친구는 13세에 학급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을 것이고, 주기능이 내향 감각인 친구는 꼼꼼한 모범생으로 인정을 받고 있겠죠. 어떠한 유형이라도 주기능을 계속 활용해야만 주기능이 발달하여 기반을 다지고, 그 이후에 2, 3, 4차 부기능이 발달하는데, INFJ에게는 그럴 만한 환경이 쉽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INFJ들은 언제나 자신의 본모습을 속으로만 꾹꾹 눌러두고, 서툰 외향 감정이나 내향 사고에 한껏 기대어 버텨 나갑니다. 20대에 이르러 공부나 회사에 몰두하여도 마찬가지, 30대에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기면 일상에 치여 더더욱 내향 직관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INFJ는 오랜 기간 미숙한 상태로,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고 막연하게 끼며 살아갑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채로요.

대부분의 INFJ가 내향 직관이 덜 발달된 상태로 살아가기 때문에 INFJ가 내적인 갈등이 가장 많은 유형이라는 잘못된 편견이 생긴 것 같습니다. 내향 직관이 견고하게 자리 잡기 전의 INFJ는 자신의 부기능에 휘둘립니다. 외향 감정에 주로 기대는 INFJ는 자신의 욕구를 잊은 채 타인의 욕구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번아웃되며, 내향 사고를 주로 사용하는 INFJ는 정보 중독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머리 속으로만 생산적이지 않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을 지켜보며 허송세월하기도 하며, 외향 감각에 빠지고 나면INFJ는 전혀 딴 사람인 것처럼 돌변하여 평생동안 후회할 만한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마치 리더십이 견고하지 않은 회사일수록 사내 정치가 만연하고 조직의 효율성은 떨어지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주기능 내향 직관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 것이 이토록 중요하지만 환경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내향 직관이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할까요? INFJ가 자신의 역량을 전부 발휘하려면 내향 직관이 나설 수 있는 환경을 INFJ가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타 유형과 비교했을 때 불공평한 설정이라고 불만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나중에 그 열매가 배로 달고, 배로 크다면, 한번쯤 해볼 만하지 않나요? 이전 글에서 보았듯이, 내향 직관이 가장 전면에 나서는 순간은 뇌가 전체적으로 평온하면서도 생각이 깨어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상태를 하루 중에, 가능한 오랜 시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이런 활동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에게는 잘 맞는 몇 가지 방식을 아래와 같이 나열해 보겠습니다,

 

1.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갖습니다. 일주일의 계획을 잡을 때, 주중 저녁 약속은 이틀을 넘기지 않습니다. 주말에는 하루를 무조건 혼자만의 시간으로 비워 둡니다. 별다른 계획이 없더라도 좋습니다. 그저 집에서 뒹굴뒹굴하더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계획하여 철저히 지켜 나갑니다.

2. 집에 있는 동안에 불필요한 자극을 가능한 줄입니다. 집에서 습관적으로 티비를 켜두거나, 핸드폰을 계속 보지 않는 습관을 들입니다. 음악 또한 아주 평온하고 잔잔한 음악이 아니라면 틀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모두 다 습관을 들이고 나면 쉬워집니다.

3. 자연 속에서 산책을 합니다. 강가나 수목원, 혹은 둘레길이나 등산로 모두 좋습니다. 두세시간 정도 혼자, 혹은 아주 편안한 지인과 함께 걷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머리가 맑아집니다.

4. 생활을 단순화 합니다. 매일 아침 무엇을 먹을지, 무슨 옷을 입을지와 같은 고민은 작지만 뇌가 평온해지는 것을 방해합니다. 이 모든 것이 불필요한 자극이기 때문입니다. 매일 같은 것을 먹고, 매일 같은 옷을 입는 것은 좀 극단적인 선택일 수는 있지만, 가능한 선택 범위를 줄이고 생활을 단순화 하는 것이 INFJ에게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매일 매일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ESFP나 ENFP와는 달리, INFJ는 생활을 단순화하여 매일 같은 것을 반복하면 뇌가 평온해져 내향 직관이 살아나며, 세상은 오히려 더욱 다양한 빛으로 물듭니다.

 

이외에도, 타 유형에게는 즐거움으로 인식되지만 INFJ에게는 지나친 자극으로 다가오는 것은 모두 가능한 차단합니다. 처음에는 주변인들이 이상하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거든요. 주변인들이 당신이 선택한 생활 패턴에 한번 익숙해지면, 또 그런가보다 하고 내버려 둘 것입니다.

이런 노력이 효과가 있었다면, 필자의 경험으로 말하자면, 머릿속 생각이 아주 말끔하게 정리되고,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몰려 오지 않고 한 가지 생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어깨에 긴장이 풀리고 전반적으로 몸이 가볍게 느껴지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마치 세상의 기운이 몸속으로 흘러 들어왔다가, 다시 맑은 물줄기처럼 흘러 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그 동안 나를 괴롭혔던 고민들,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마음에 걸렸던 일들에 대한 해답이 마치 맑은 물에 페인트 한 방울이 떨어져 피어나는 듯한 모양으로, 없던 해답이 예고 없이 눈앞에 번져 나갑니다. 주변 세상이 뿌옇게 흐렸다가 가만히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처럼 감각이 살아나, 마치 주말 아침 햇살이 쏟아질 때와 같이 마음이 충만해집니다.

이런 식으로 내향 직관이 잘 자랄 수 있는 토양과 온실이 마련되고 나면, 각종 부기능인 외향 감정, 내향 사고, 그리고 아킬레스 건인 외향 감각까지도 우리의 발목을 잡고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걸림돌이 아니라, 내향 직관이 무럭무럭 자라도록 영양분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변합니다. 혼자 온실 속에 둥둥 떠다니는 내향 직관에게 외향 감정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외향 감각은 반짝반짝 빛나는 외부의 물건을 전부 끌어 와 내향 직관의 먹이를 제공하며, 내향 사고는 다양한 먹거리의 소화를 돕습니다.

내향 직관이 자라나는 동안, 갈등을 느끼는 INFJ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상위 기능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INFJ는 어떤 갈등을 느낄까요? INFJ는 혼자만의 시간을 갈망하면서도 타인과 더불어 시간을 보내고 싶어합니다. 이때는 내향 직관을 견고히 하기 위한 방안인 혼자만의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현명하다고 봅니다. 연애 상대를 만났을 때 안정감과 평온함을 주는 상대와, 마음을 마구 설레이게 하는 자극적인 상대 중에, 안정적인 상대를 선택합니다. 집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면서 눈을 감고 30분간 쉴지, 인터넷을 끊임없이 검색할지에 대한 갈등이 생긴다면, 30분간 눈을 감고 쉽니다. 가능한 내향 직관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을 선택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고 수도승 같은 생활을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INFJ는 결국 바깥 세상으로 나아감으로써 자신의 비젼을 완성해 나가는 유형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내향 직관에게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주었다는 전제 하에, 타인과 관계를 맺고, 정보를 습득하며, 때로는 외향 감각을 풀어 놓고 신나게 놀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는 이 세상 속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