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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J의 ISFP 관찰기] INJF-ISFP 조합의 장단점

멜리비 2024. 6. 15. 15:35

MBTI 유형은 어느 조합이든, 각자가 자기를 이해하고 상대방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행복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반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서로 찰떡 궁합이라는 MBTI라도 자신에 대한 이해나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면 갈등이 증폭되고 관계가 어그러지기도 합니다. INFJ와 ISFP라는 흔치 않은 조합으로 결혼 생활을 해나가는 저로써는, 종종 MBTI를 통해 관계를 재조명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겉보기에는 서로 너무나도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두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INFJ와 ISFP가 서로 잘 맞는 이유 중 하나는, 둘다 이상주의적인 면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살아가면서 가능한 좋은 말을 하고, 좋은 일을 하고, 남에게 해가 되지 않게, 좋은 쪽으로 기여하려는 욕구가 둘 다에게 있습니다. 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보다, 돈을 산만큼 벌어들이는 것보다, 남에게 뭔가를 과시하려 하는 그런 면이 적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기가 쉬운 것 같습니다. ISFP는 겉보기에 유유자적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 같지만, 겉으로는 거의 표출되지 않는 주기능 내향 감정으로 인해 세상에 대한 자기만의 도덕 기준이 있고, 깊은 연민이 있다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내다 보면 보입니다. INFJ 또한 내향 감정인에 비해 깊이는 덜하지만 속으로는 지금보다 좋은 세상을 구현하고자 하는 큰 그림을 품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겉으로 표출은 안되지만, 가까이에서 지내다 보면 언뜻언뜻 보입니다. 
INFJ로 ISFP와 살아보니 좋은 점 중 하나는 ISFP가 그야말로 감각의 향연인 세상으로 안내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외향 감각이 열등 기능인 INFJ는 외향 감각의 세계에 언제나 목말라 하고 동경하며 살아갑니다. 생각해 보니, 40대 들어서 외향 감각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늦게 만난 배우자 ISFP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 같네요. 그 순간 딱 먹고 싶은 음식을 하거나, 소재와 색이 딱 맞는 옷을 고르거나, 집안에 온도를 맞추거나 볕이 드는 정도를 세심하게 조절하는 ISFP가 처음에는 진기한 구경거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혼자 골똘히 고민하다가 선택을 하는 순간, INFJ는 마치 예능 프로 관객처럼 속으로 감탄하며 후련해합니다. 그만큼 확신 있게 외향 감각의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다 보니, 저 또한 뭔가 묻어나는 배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음식 간을 볼때 조금 더 집중을 하게 되고, 옷을 고를 때에도 한번씩 더 요리조리 보아 가며 고릅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 법을 조금씩 배워 갑니다. 
INFJ와 ISFP 모두 타인에 대한 배려를 중시한다는 면에서 또한 잘 맞습니다. F형들답게 옳고 그름보다, 세속적인 성공보다도 상대방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두 유형입니다. 다만, 서로 헌신하는 방법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결혼 초기에 어렵게 학습했습니다. INFJ는 외부와의 주 소통 경로가 외향 감정인 만큼, 감정적인 공감으로 주로 상대에게 헌신하는 반면, ISFP는 외부와의 주 소통 경로가 외향 감각 (2차 기능)이라 감정적 공감보다는 행동, 오직 행동으로만 헌신을 하더군요. INFJ는 우선 감정적 공감을 퍼붓고, 그래도 여력이 되면 행동도 조금 하려는 시늉을 하는 반면, ISFP는 우선 상대를 위하는 구체적인 행동을 완수하고 말없이 상대방이 알아주기를 뿌듯한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이런 차이는 전형적인 남녀의 소통 방식에서 오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MBTI 유형으로 인해 조금 더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감정을 말로 풀어내는 것이 본업인 INFJ와, 자신의 감정을 F유형 치고는 거의 표출하지 않고 행동으로만 사랑을 표현하는 ISFP간에는 오해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 언제나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더군요. 
또한, INFJ의 내면 세계와 ISFP의 내면 세계 모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내향적인 사람은 주기능이 내면을 향해 있기 때문에 모두 이런 특징이 있습니다. 외부와의 소통은 모두 2차 기능인 외향 감정 혹은 외향 감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은 상대방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INFJ의 본질은 내향 직관으로 구축된 세상을 이해하는 시스템이고, ISFP의 본질은 자기만의 도덕적인 기준입니다. 서로의 내면 세계를 전부 공유할 수도, 할 필요도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일상 속 작은 선택에서 나타나는 간접적인 증거들,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서 유추해 볼수는 있겠지만, 결국 부부 간에는 앎보다는 신뢰가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나와는 다르지만, 겉과 속이 모두 실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서로 믿을 수만 있다면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에 문제가 없습니다. 
INFJ와 ISFP는 서로의 안식처가 되기도 하며, 각자 다른 여행지로 상대를 안내하기도 하는 여행 가이드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겹치는 기능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이 성격으로 나타날 때는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MBTI의 묘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