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불건강한 INFJ의 Ni-Ti 루프 탈출법
INFJ가 불건강해지는 경로는 다음과 같다고 봅니다: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이 주변과는 조금 다른 INFJ 주위에 자신의 엉뚱함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주는 사람보다는 비난하는 사람이 많을 때, INFJ는 상처를 받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와의 주요 소통 경로인 외향 감정을 닫아 버립니다. INFJ는 내향 직관과 내향 사고의 주관성을 견제해줄 외향 감정 기능을 함께 발달시키지 않을 경우, INFJ는 외부로부터의 현실 검증 없이, 내향 직관과 내향 사고끼리만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 "Ni-Ti 루프"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Ni-Ti 루프 상태의 INFJ는 외부 세계와의 소통이 단절된 채, 지극히 주관적인 내면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세상에 대한 불완전한 가정을 기반으로 세워진 INFJ의 내면 세계는 모래성처럼 불안불안합니다. 그리고 외부 세계로부터의 피드백 없이 구축한 내면 세계는 가끔 입밖으로 표현했을 때에, 이해 못할 말이라는 반응을 이끌어 내고, 이에 INFJ는 더욱 더 상처를 받고 점점 자기 안으로만 파고 듭니다. 이렇게 Ni-Ti 루프 상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INFJ를 더욱 고립하게 만듭니다.
Ni-Ti루프 상태의 INFJ는, 그리고 비슷한 Ni-Si 루프로 돌기도 하는 INTJ도 마찬가지로, 주변에서 보았을 때 객관성을 상당 부분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자기 생각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고, 주변의 말에 전혀 귀기울이지 않습니다. 제가 겪었던 루프 상태의 INTJ는 편집증 증세도 보였습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자신에게 해를 끼칠 의사가 없는 사람에 대해 상당한 적대감을 갖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자신과 조금이라도 다른 관점을 내보이는 사람에 대해서는, 자기를 이해할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INFJ에게는 애초에 외향 감정이라는 소통 경로를 차단하지 않아도 될만큼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일 필요도 없고, 단 한명만 있어도 됩니다. 저 또한, 제가 가장 믿을 만한 사람에게 수시로 저의 생각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사실 확인을 하려 의식적으로 노력하기도 합니다. 특히, 상황 판단을 잘 하는 외향적인 성향의 친구에게 거침 없이 피드백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혹은, 한없이 나에 대해 긍정적이고 따뜻한 사람에게도 종종 생각을 털어놓습니다. 저에게는 둘다 중요하더라구요.
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아도 될만큼 내가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 느낌을 갖기까지 스스로 몰아치며 자기 개발에 몰두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생각해보니, 한동안 외향 감각을 개발했던 것 같네요. 내가 봐도, 누가 봐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세계에 결과물을 확실히 내놓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자존감이 팍팍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만 하던 일들을, 정말 한번 해보자! 하고 덤볐는데 실제로 원하는 목표에 도달했을 때의 그 느낌은 스스로 조금 놀람, 그리고 매우 기분 좋음이었습니다. 스스로 몸을 단련하고, 주변으로부터 칭찬 받을만한 가치 있는 일을 해냈던 그 시간들에, 마치 골룸이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흐뭇해 하듯 저의 성취들을 생각하며 흐뭇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혼자 흐뭇해하는 시간을 갖고 나니, 주변 사람에 대한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 하면, 여전히 상처는 받지만, 한편으로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인간 관계에 대한 경계를 푸는 것이 조금씩 가능해지더라구요. 그리고 나는 언제나 외부로부터, 즉 나보다 기가 센 다른 사람들로부터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상태였는데, 점차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이끌어가는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INFJ가 외향 감정을 제대로 발동하기 시작하면, 인간 관계와 일 모두가 쉽게 풀려나가는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마치 신들린 것처럼 순간순간 타인과의 균형을 유지할 선택들을 하게 되구요.
외향 감정을 발달시키는 것은 외부 세계, 객관성의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의 주변 환경이 외부와 소통해도 될만큼 안전감을 주지 못한다면, 나에게 안전감을 주는 누군가를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지금 속해 있는 집단이 아닌 새로운 취미나 관심사로 연결된 집단을 찾아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평소 비난을 많이 받아왔다면, 자신의 장점을 스스로 발굴해내거나, 현실 세계에 적용할 만한 기술을 습득하여 스스로 자존감을 획득하기도 해야 합니다. 그렇게 주변 환경의 안전감과 내면의 단단함이 갖추어지고 나면, INFJ에게는 이미 탑재되어 있는 외향 감정 기능이 다시 '켜짐' 상태가 되어, 원활하게 주변과 소통을 하며, 나아가 집단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핵심 역할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
https://infjramblings.com/2015/01/extraverted-feeling-f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