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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J] 외향 감정과 내향 감정의 공감 능력

멜리비 2024. 11. 15. 15:35

INFJ에게 추천되는 직업 중에 심리 상담사가 많이 뜨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심리 상담사로 직업 전환을 하면서, 막연하게 외향 감정으로 인한 공감 능력이 상당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며 이 직업을 선택했고, 실제로도 상담 일을 하면서 공감 능력을 활용할 일이 많아 직업 만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심리 상담사가 아무리 수업을 듣고 책을 보며 전문 지식을 쌓더라도, 공감 능력이 결여되면 결코 효과적인 상담을 할 수 없습니다. 공감 능력은 책으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스스로 터득해 나아가야 하는 능력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담 일을 하면서 공감이 무엇인지에 대해 필연적으로 요리조리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공감에도 여러 차원이 있고, 다양한 면면이 있습니다. 상담에서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담자로 하여금, 상대방이 나의 말을 듣고 나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는구나 (feeling heard and seen)라는 느낌을 주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이런 느낌을 주기 위해서 INFJ인 저는 타고난 외향 감정을 활용합니다. 내담자가 하는 말 뿐만 아니라, 그 이면의 감정과 욕구를 캐치하여 그 감정과 욕구에 직접적으로 반응을 하는 것이죠. 여기에 조금 더해, 내향 직관을 통해 구축해 놓은 다양한 경험의 보루들과 그 이면의 원리를 파일처럼 저장해 두었다가, 내담자가 비슷한 상황을 묘사하면 그 파일을 가져와 공감의 깊이를 더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가끔 동료들끼리 서로 의논하는 자리를 갖다 보면, 그중에 내향 감정을 주로 활용하는 동료들과 마주칩니다. 이런 동료들을 보면, 내담자의 경험을 마음 속 깊이 재현하고, 그것을 마치 자기 일처럼 느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향 감정을 활용하는 동료들은 상담 일을 하면서 그 무게를 훨씬 무겁게 느끼고, 상담을 마치고 나면, 특히 트라우마와 같은 감당하기 힘든 내용의 상담이라면, 회복 기간도 상당히 많이 가져야 하는 편이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그들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에 저 또한 숙연해집니다. 나와 상대방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을 조율하는 데에 주로 능숙한 외향 감정형 동료들과는 달리, 내향 감정형 동료들은 상대방을 위한 공간을 자기 마음 안에 아예 내어주는 그런 느낌입니다. 특히, 상담 경력이 20-30년 된 내향 감정형 (으로 추정되는) 선생님들하고 시간을 보낼 때는, 그들이 나를 쳐다보기만 했는데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경험도 한적 있어, 잘 갈고 닦여진 내향 감정은 분명 위력적입니다. 내향 감정인들의 소울풀함은 따라갈 수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구에게나 내향 감정형 상담사가 잘 맞는 것은 아닙니다. 내향 감정을 주로 활용하는 사람과 있으면, 마치 그들이 만들어놓은 집에 초대 받은 느낌입니다.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데, 마치 그들의 집, 혹은 그들이 세상에 내가 손님으로 초대된 기분입니다. 그 집은 때로는 푸근하고 정성스럽고 머물면서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내향 감정인 자신의 주관적인 색채가 너무 강할 때에는, 손님으로 초대되긴 했지만 자리가 조금 불편한 그런 기분이 들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안에 그런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내향 감정형 동료 상담사들이 부럽고 존경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이와 비교하여 외향 감정을 주로 활용하는, 그리고 내향 직관이라는 숨겨진 카드를 품고 있는 INFJ 상담사의 공감 능력은 나와 상대방 사이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에 주로 강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향 감정형 상담사와는 반대로, 외향 감정인들은 내담자의 집에 초대 받아 들어갑니다. 그들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능력이 있는 거죠. 내담자가 머물 수 있는 마음 속 공간이 아닌 서로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소통 경로를 두텁게 구축합니다. 살면서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사실들을 처음으로 상담사에게 입밖에 술술 내시는 내담자 분들은 그런 환경 속에서 자기만의 생각, 자기 마음의 집을 정리 정돈할 수 있게 됩니다. 외향 감정형 가사 도우미를 한명 데리고요. 
하지만 외향 감정만으로는 온전한 공감에 필요한 깊이를 더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내향 감정만으로는 상대방의 욕구에 온전히 반응하고 신뢰를 쌓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에 집중하는 외향 감정과 각자 안으로 품고 있는 내면 세계에 집중하는 내향 감정의 차이가 심리 상담사라는 직업군 안에서만 바라보았을 때에는 그런 차이가 있더군요. 가끔 부럽기도 해서 글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지만, 생각해 보면 어느 한쪽이 우위가 있는 능력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