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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J] 외향 감정이란

멜리비 2023. 10. 16. 04:49

내향 감정이 우세한 배우자와 생활하다 보면 외향 감정과 내향 감정의 차이에서 오는 판단 기준의 차이가 가장 크더라구요. 내향 감정인들은 자기만의 도덕적인 기준이 확고합니다. 신념이 정말 강해 보입니다. 반면 외향 감정인들은 내적인 신념보다는 주변 사람들과의 조화를 중시한다고 하죠. 외향 감정인과 내향 감정인이 함께 하다 보면, 외향 감정인이 어느새 내향 감정인의 내면에 조금씩 물들어가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러다가 이전의 집단의 사람과 마주하다 보면 바로 또 이질감을 느끼기도 하구요. 
외향 감정이란 타인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성향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어느 모임에서든, 대화가 끊기기라도 할까봐 과도하게 활달해지는 사람들, 혹은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신경 쓰는 사람들이 우선 떠오릅니다. 내향 감정인은 "좋은" 사람, 외향 감정인은 "편한" 사람, 정도로 저는 정리해봅니다. 
MBTI에서 말하는 감정과 사고 기능은 판단 기준이라고 합니다. 사고형인 사람은 사실관계, 논리, 이성을 토대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옳다고 느끼는 사람이고, 감정형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이때 내향 감정인은 자기 자신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주관적인 색채가 아주 강한 사람이고, 외향 감정인은 집단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조금은 더 객관적인 색채가 아주 강한 사람이 되겠네요. 
INFJ에게 외향 감정이 안 좋게 작용할 때에는, 타인에게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자신의 욕구를 지나치게 억누르거나 자신의 욕구를 아예 알아차리지 못한 채, 당장 직면한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자기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주변에만 매몰되는 경우. 주변인들이 좋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면 그나마 좋은 색채로 물들 수 있겠지만, 안 좋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면 스스로를 지켜낼 방도가 없을 겁니다. 
INFJ에게는 주변과의 관계 안에서 이질감을 최소화하고 일종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평소 생활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괴리감이 느껴지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 변해가는 내 모습을 발견합니다. 주변이 어떤 식이든 자기만의 가치관, 자기만의 생각과 내면 세계가 확실한 내향 감정인들은 꿋꿋하게 자신을 지켜나가고, 때로는 강하게 반발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한편으로, 외향 감정인인 저는, 타인과 단절되어 오랫동안 생활하다 보면 내면 세계가 흐릿해지는 듯한 느낌마저도 듭니다. 이유 없는 불안 같은 것도 오구요. 주변인과 마찰이 있을 때 쌓이는 스트레스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또한, INFJ에게는 강한 성공 욕구와 인정 욕구가 가끔 폭발해 나옵니다. 이 또한 외향 감정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집단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집단과 자신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이 어려운 INFJ에게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스트레스 받다가, 훌쩍 떠나 어딘가 홀로 도라도 닦고 싶은 기분이 들더라도, 막상 혼자가 되면 도로 집단으로 돌아가고 싶은 모순된 심리가 어울리다가도 잠수 타기도 하는 INFJ 내면의 갈등의 근원인가 싶기도 하네요. 
INFJ의 외향 감정이 이상적으로 작용할 때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았습니다. 집단으로부터 영향을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지 않고, 오히려 집단 전체의 가치관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때, 이때야말로 INFJ가 사회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자기 내면 세계에 집중하고 가꾸어 세상에 영감을 전하는 내향 감정인과 달리, 우리 같은 외향 감정인들은 복잡하고 얽히고 섥힌 집단의 감정의 흐름을 읽어내고, 직접 그 실타래를 풀어내면서 더욱 좋은 상태로 이끌어가며 조금 더 직접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야말로 외향 감정을 백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외향 감정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보다는, 타인과의 관계의 맥락 속에서, 타인의 감정과 나의 감정을 모두 고려하여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입니다. 가끔, 나는 왜 외향 사고인 처럼 논리 정연하지 못한지, 내향 감정인처럼 자기 세계가 확고하지 못한지 우울해질 때가 있었지만, 황새가 뱁새 따라가려 무리하기보다는, 이미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의 생활 이곳 저곳에 묻어나는 외향 감정 기능을 확실하게 키워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