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INFJ] 40-60대 INFJ에게 묻다

멜리비 2023. 5. 16. 02:16

외국의 온라인 포럼 Quora에 어떤 사람이 "INFJ가 나이 들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질문을 올렸는데, 그에 대해 4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INFJ들이 답을 하였길래 저도 들어가서 한번 봐봤습니다. 게중에는 너무 좋은 답변들이 있어 그대로 번역해 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이제 40대 초반에 접어든 저도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 있어 정리해 보았습니다. 

48세의 한 여성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남겼습니다: 

아름답다...그 동안 많은 상실과 아픔을 겪었지만, 그 모든 경험이 결국 내가 평화롭고 사랑이 가득한 인생의 새 단계를 맞이하는 계기가 되었고, 나는 이제서야 진정한 모험이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든다...INFJ는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다. 성숙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안정감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나는 이제 창조한다. 생존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진정 삶을 살아내고 있는 느낌이다...내 안의 전쟁은 이미 치렀다. 나는 혼자가 아니고, 사랑 받고 있고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든, 나는 모두 극복하고 결국은 괜찮을 거라는 걸 잘 안다. 

INFJ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불신, 막연한 불안감, 관계에서 오는 아픔에 가장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나이 50을 바라보고 있는 이 여성 또한, 자세한 사연은 알 수 없지만 이때까지 꽤나 많은 일을 겪고도 스스로 아직 살아 있음을, 그리고 자신이 온전하다는 사실에 감사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져서, 이 글을 읽고는 정말 울컥했던 것 같습니다. 

62세의 한 남성은 자신이 INFJ라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았다고 합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변 사람으로부터 엉뚱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래서 지금까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정상적인' 말과 행동을 하도록 무지 노력을 해왔었다. 어떨 때는 성공했고, 어떨 때는 실패했고. INFJ가 엉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정상'이 되기 위한 노력을 그만두었고, 나의 엉뚱함을 있는 그대로 발산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니, 그렇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다. 그리고 마음도 평안해졌다...
...나의 직관을 신뢰하면서도 그 직관을 절대적이라 믿지 않는 법을 터득했다...사람들은 나의 직관이 정확하더라도 그런 직관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제 알았다. 그래서 나의 직관에 대해 말을 하기보다는 그 직관을 기반으로 행동을 하는 데에 더 집중한다...나의 판단이 때로는 기가 막히게 들어맞기도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직관을 맹신하기보다는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때까지 판단을 보류하려 한다. 

스스로 엉뚱하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다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마음이 더욱 평안해지는 경험을 저도 30대 후반에 어느 정도 경험해보긴 한 것 같습니다. 자신에 대한 채찍질을 멈추면 내가 발전을 멈출 것만 같고, 점점 뒤쳐질 것 같다는 기분이 드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기 시작하면, 오히려 머리 속 공간이 확보되면서 더 많은 가능성과 더 정확한 판단과 더욱 정제된 직관이 자리 잡을 수 있게도 됩니다. 

그래서 아래 46세 남성의 핵심 조언은: 

INFJ는 무엇보다 내려 놓는 연습을 해야 한다...기본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더욱 단순하게 정리해야 한다. 나는 취미든, 일이든, 관계든, 일단 하기로 마음 먹은 것에 대해서는 심한 강박증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내가 무언가 하기로 마음 먹는 것 자체를 제한해야만 한다...내려 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려 놓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직업, 가정 생활, 인간 관계 모두 해당된다. 이 중요 영역에서만큼은 절대로 타협해서는 안된다. 삶의 중요한 요소들이 확실하게 자리 잡히게 되면, 그 이외에 것을 내려 놓는 것이 그만큼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 남성은 얼핏 보면 역설적이게도, 다 내려놓고 단순하게 살라고 하면서도, 중요 영역에서는 절대로 타협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이 INFJ에게는 말이 되는게, 어차피 세상은 우리에게 맞게 설계된 세상이 아니라, 내가 가장 나답게 살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조성해야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환경이 조성되는 동안은 전쟁을 치르는 수 밖에 없겠고요. 

무엇보다 4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여러 분들이 전쟁을 끝낸 느낌, 이제 저편에서 이편으로 건너온 느낌의 말들을 남겼습니다. 안도감과 평화와 자기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 그리고 이제부터 진짜 모험이 시작된다는 어린 아이와 같은 말에 저 또한 설렘을 느끼며 웃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