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INFJ가 자존감을 높이는 법
겉보기에는 여기저기 잘 어우러지는 INFJ가 속으로는 주변과의 이질감에 괴로워하며 자존감이 낮아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와는 다르게 세상을 인식하며 대처해나가는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평균보다 예민한 INFJ는 혼란스러워하며 주변과 나를 대등하게 놓고 관계를 고민하기보다는 나에게서 하자를 찾으려 들기도 합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지키기 위한 한 겹의 갑옷을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종종 들죠.
INFJ에게는 특히 자존감을 의식적으로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어영부영 시행 착오를 겪으며 깨달은 방법들이 있기도 하고,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래도 한 가지 노력하는 점은, 남이 이미 닦아 놓은 길이 있다면 굳이 내가 새로 길을 닦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존감 관련해서는 수십년간 자존감에 대해서만 연구해온 브랜든 박사의 자존감을 높이는 6가지 원칙을 참고하여, 이 6 원칙을 INFJ에게 맞도록 변형 시켜 정리해 보았습니다.
브랜든 박사의 주장에 따르면, 자존감이란 타고 나는 것이기보다는 내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과정에서 형성되고 유지되는, 나의 노력으로 높이기도 하고 놓치기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가 보기에 자존감은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 "나는 살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이 첫번째고, "스스로 행복할 자격이 있다"는 믿음이 두번째입니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첫번째로 지켜야 할 원칙은 매일을 의식적 (live consciously)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무엇을 하든 하나하나 집중을 하고, 사실 관계와 타인의 피드백 앞에서는 겸손하라고 합니다. 외향 감각이 열등 기능인 INFJ로써 첫 항목부터 뜨금하더라구요. 아직 내향 직관이 무르익지 않은 INFJ라면 직관이 내놓은 해답에 대해 의식적으로 외향 감각을 통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조금은 어색하고 지루한 과정을 반드시 거치는 연습을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감각형은 사실 관계를 모으고 모아 결론을 내리는 반면, 내향 직관형은 이미 도출한 답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 직관의 정확도가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원칙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self-acceptance) 살아가는 것입니다. 타고난 이상주의자인 INFJ라면 남들의 가능성 뿐만 아니라 내 안의 가능성까지도 전부 보기 때문에, 이상적인 자아와 현실의 자아가 차이가 납니다. 이상에 언제나 못 미치는 자신을 채찍질해야만 그나마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겪게 되는 문제는 그 원인도 해결책도 정말 다양한데, 자동으로 자기 자신에게서만 문제를 찾으려는 태도가 과연 삶을 헤쳐나가는데 가장 현명한 자세일까요.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래"와 같이 자동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은 기분을 안 좋게 할 뿐만 아니라 상황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단점도 장점도 모두 함께, 받아들이는 연습이 그래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세번째 원칙은 스스로 책임지며 (self-responsibility) 살아가는 것입니다. INFJ로 살아가면서 저 또한 주변 세상에 대한 실망감과 자포자기의 마음이 들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나는 희귀하니까,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모두 나와 결이 다르니까. 하지만 이런 세상 속에서도 결국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룩하고 타인과 진정한 느끼며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익히고 연마해야 할 책임은 온전히 INFJ에게 있습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모양새로 갖추어지기는 했지만, 우리에게는 내향 직관이라는 슈퍼 파워와 외향 감정이라는 아주 유용한 무기가 있습니다. 해내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것이 INFJ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네번째 원칙은 자기 의사 표현하며 (self-assertiveness) 살아가는 것입니다. 내적인 신념이 확고한 INFJ는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삶을 살아내지 못했을 때 자존감이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남들 눈에 어떻게 보이든지 간에, 내가 보는 나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다면 나와의 신뢰가 깨지는 것이니까요. 특히, 외향 감정 기능에 빠져 타인을 편안하게 하고 갈등을 회피하려는 성향으로 인해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마음에도 없는 말, 내가 조금만 참으면 되는 상황, 찝찝한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나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나하나 할 때마다 자존감을 조금씩 적립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섯번째 원칙은 목적을 가지고 (living purposefully)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때 말하는 목적은 나에게 의미가 있어야 합니다. 주변에서는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가려내는 안목이 INFJ에게는 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내 삶이 충만하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INFJ라면 마음만 먹어도 타 유형보다 훨씬 깊은 통찰을 내향 직관으로 도출해낼 수도 있지만, 그 통찰을 온전히 받아들이려면 스스로 자존감의 그릇을 키워야만 가능한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조금씩 노력하다 보면 점차 자존감을 높이 유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여섯번째 원칙은 진실되게 (living with personal integrity) 살아가는 것입니다. 모든 INFJ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바로 내면의 나와 외면의 내가 일치하도록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요. 외향 감정형인 INFJ는 주변과의 조화를 위해 마음에 없는 말을 자주 하기도 하고, 또 수락해서는 안될 부탁에 대해서도 수락하고 나중에 후회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타인의 기분을 생각하여 말을 가려서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이기도 하고 어차피 잘 고쳐지지도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나의 진실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해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꾹 참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나에게 조금 더 잘해주기 위해 나를 깎아내리는 말은 하지 않기, 나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대처하는 연습 하기, 거절해야 할 때는 이런저런 이유를 늘어놓기 않고 거절하기. 남을 챙기는 만큼 나 자신도 챙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나와 타인의 관계에도 득이 될테니까요.
참고
Branden, N. (1995). Six pillars of self-esteem: The definitive work on self-esteem by the leading pioneer in the field. Bantam.
Branden, N., & Sethi, D. (1997). Self-esteem in the information age. The organization of the future, 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