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INFJ] 나의 좋은 면을 비춰주는 사람

멜리비 2023. 3. 16. 04:10

저는 주변 사람들에게 사실 관계에 관한 가벼운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직관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에 대해 전달하려 할 때에는 항상 뭔가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상대에게 너무 허황된 이야기로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적당히 뒷받침할 사실 관계를 허겁지겁 찾는다든지, 상대가 듣기 싫은 소리일 것 같아 돌려 돌려 말하다가 오히려 오해를 받는다든지. 그런 답답한 상황들이 자꾸 이어지다 보면, 타인과 소통을 온전히 못 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오는 막막함과 외로움, 그리고 뜻하지 않은 오해를 받았을 때의 상처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상당히 많이 받았었습니다. 그 상황은 여전히 생각보다 잦게 발생하고 있구요. 

최근 세스 고딘의 "마케터는 새빨간 거짓말쟁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 책의 작가는, 성공적으로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우월한 특징을 나열하고 사실 관계를 보여주기보다는, 소비자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세계관에 맞는 스토리 텔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내가 어떤 주제에 대해 입을 열기도 전에, 상대방은 이미 그 주제에 대해 결론을 내린 상태라는 겁니다. 상대방에게는 이미 그들만의 세계관이 있고, 내가 하는 말이 그 사람의 세계관에 맞아든다면 나의 말에 격하게 공감할 것이고, 어긋난다면 아무리 증거를 퍼부어도 모두 요리조리 피해갈 것이라는 얘기더라구요. 결국, 내가 자꾸만 소통에 있어 벽에 부딪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 나의 소통의 기술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겠더라구요. 

저 또한, 주변 사람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니, 이미 나에 대해 별다른 이유 없이 긍정적인 사람이라면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전부 잘 들어주고 좋게 봐주는 반면, 나에 대해 이유 없이 부정적인 사람이라면,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곡예사마냥 꼬아서 듣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후자라면, 가벼운 주제의 대화는 가능하지만, 그 이상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경험을 수도 없이 해왔습니다. 가끔은 상대방이 드디어 내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 오는 허황된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를 긍정적으로 봐주는 사람은 나의 부분부분을 조목조목 따져 이성적인 판단 하에 좋게 봐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에서 보여지는 스토리가 자신의 세계관과 맞아떨어져, 무의식과 무의식이 마주보며 서로 웃어주는 그런 상황이라, 그런 일은 꿈에서만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우선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특히 오해를 많이 받으며 살아온 INFJ라면, 주변에 가능한 자신을 좋게 봐주고, 나 또한 존중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드는 사람을, 꼭 한두명이라도 두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나와 같거나, 적어도 비슷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을 말이죠. INFJ처럼 타인을 지나치게(?) 배려하고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일 수록,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주기보다는, 나라는 거울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이 좋아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입니다. 나를 자신의 거울이 아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바라봐주는 상대방이 필요한 것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타인의 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뭐, 스트레스 안 받으려면 타인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말아라, 눈치 보지 말아라, 이런 말들 많이 듣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나라는 사람을 그 자체로 소중하게 생각해주고 나의 좋은 면을 봐주는 사람을 곁에 두고 자주 소통하다 보면,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나의 가장 좋은 모습들이 점차 강화되어 나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자존감도 올라가게 됩니다. 반면, 나와 세계관이 다른 사람을 자꾸만 마주하다 보면 나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는 시선을 스스로 내면화하게 되고, 자꾸만 위축되고 지나치게 조심성만 많아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간혹, 자존감이 낮은 사람 중에는 자신을 긍정적으로 봐주는 사람을 평가 절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애를 할 때에도 늘 잘해주는 사람한테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구는 상대에게 끌리는 경우에서처럼 말이죠. 내담자 중에도, 유난히 긍정적인 평가에 안절부절 못하거나, 화를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나친 겸손이라고 보기에 너무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에는 보통 자신이 가치 없는 인간이라는 전제가 무의식 중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세계관을 강화해주고 인정하는 사람하고 시간을 보낼 때에만 뭔가 익숙하고 편안한 (?) 기분이 들고요. 

나의 단점을 가리기에 급급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닌, 나의 장점을 극대화하게 만드는 사람을 나의 삶에 오래오래 머물게 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나를 함부로 대한다면, 나른 좋게 봐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스스로 방어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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