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와 ISFP는 얼핏 보면 아예 종이 다른 성격 유형인 것 같습니다. 우선 내향 감정 (ISFP 부기능) 외향 감정 (INFJ 주기능) 차이가 큰 것 같구요, 외향 감각이 부기능인 ISFP는 외향 감각이 열등 기능인 INFJ에 비해 이 세상 속에 훨씬 편안하게 속하여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름을 상대방의 부족한 점으로만 인식하고 불만을 갖기 보다는, 더욱 풍성한 관계를 만들어나갈 단서로 삼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것 같습니다.
물론 말이야 쉽죠. 결혼 생활에서 발생하는 갈등 요소의 70%는 결국 해결되지 않고 끝까지 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혼하지 않고 오래 오래 함께 하는 부부들은 매번 같은 일로 부딪히고 갈등하면서 살아가는 것일까요. 아마도 서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각자의 니즈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결해가며 관계를 '관리'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갈등의 요소가 될 수 있는 서로의 성격 차이 중에는 잘 찾아보면 각자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요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잘 포착하여 서로를 성장시킬 수 있다면, 더욱 풍성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겠죠.
INFJ와 ISFP의 관계 속에서는 어떤 갈등 요소가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유튜브를 뒤져 보았습니다.
한 INTP가 매우 길고도 직설적인 동영상을 올렸던데요, 그중에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 두 가지를 정리해보자면:
INFJ는 ISFP의 현실 감각을 키워줄 수 있다.
주기능이 내향 감정인 유형의 가장 큰 맹점은 자신이 감정적으로 느끼는 것이 곧 진실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감정에 워낙 충실하기도 하고, 어떤 감정이든 깊이 느끼는 유형들이기에, 현실 세계와의 철저한 대조 없이 그저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곧 사실이라고 착각하는 데에서 내향 감정 유형의 많은 문제들이 시작됩니다. 인가관계에서도 그렇고, 커리어에서도 그렇습니다. 살아보니 ISFP는 특히, 스스로 감정이 동하는 분야에서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한번 아니라고 느낀 일에 대해서는 타협을 모릅니다.
이때, 외향 감정을 통해 외부 세계와 수월하게 소통하는 INFJ가 ISFP의 내향 감정이 사실이라고 결론 내린 사항을 점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짝이 ISFP인 사람에게는 외향 감각 (ISFP 부기능)으로 현실을 가끔씩 인식시켜주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경험해보니 "남들이 다 그렇다는데" (외향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 "이거 봐, 여기 증거가 있잖아" (외향 감각에 호소하기)가 훨씬 효과적이더라구요.
ISFP는 INFJ의 도덕성을 길러줄 수 있다.
반면, INFJ는 언제나 촉이 외부를 향해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가치관이 필터 없이 INFJ에게도 스며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향 감정이 주인 유형일수록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상적인 관계를 꿈꾸는 INFJ는 자칫, 어느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고는, 인간관계에 대해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차피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관계가 아니라면,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하고만 지내게 되는 거죠. 그런데, 내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면 좋지만, 스스로 아직 균형을 잡지 못한 사람이라면 INFJ는 에너지는 에너지대로 빼앗기고, 건강하지 않은 상대방의 세계관 자체를 통째로 흡수해 버립니다.
이럴 때 ISFP와 같이 도덕성만큼은 흔들림이 없는 사람을 주변에 두면, INFJ는 건강한 방향으로 중심을 잡기가 수월해집니다. ISFP는 INFP만큼 겉으로 드러내는 경우는 없지만, 도덕성만큼은 흔들림이 없더군요. 자신이 한번 옳다고 생각한 것은 끝까지 지켜내는 ISFP는 현실 세계의 움직임에 이러저리 자신을 조율하며 맞춰 나가는 INFJ에게는 곁에 두면 순간순간 불편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주 좋은 영향을 끼치는 짝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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