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INFJ] INFJ 직장 생활

멜리비 2021. 11. 16. 06:49

저는 회사 생활을 10여년 넘게 해오다가, 최근에서야 개인적으로 더욱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회사를 그만두고, 나라까지 옮겨가며 심리학 관련 분야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참 고민도 많고 우여곡절도 많았던 것 같은데, 막상 그만두고 나니 좋은 추억도 많고 배운 것도 많다는 생각이 종종 들더라구요. 그간의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내가 배운 것이 무엇인지, 하나 하나 짚어 보며, 적당한 이름도 붙여가며, 나만의 배움으로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유튜브를 검색하다, INFJ와 영성 (spirituality)에 관한 수두룩한 영상들 틈바구니에, INFJ 1억 연봉 만들기!라는 의외의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마치 인간계를 내일 당장에라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야만 할 것 같은 INFJ에게 1억 연봉이라니, 무슨 얘기를 할지 궁금해졌습니다. 이 영상을 만든 이는 물리학자인 고모와 수학자인 엄마의 영향을 받아, 금융/컨설팅 쪽에서 일하게 된 한 INFJ 여성이었습니다. 집안의 영향으로 어쩌다가 적성에 잘 맞지 않는 분야에 종사하다가, 결국 7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INFJ 코칭으로 커리어 전환을 하긴 했지만, 이 분은 INFJ들에게 회사에서도 배울 것이 많으니, 회사 생활을 꺼리지 말라고 조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영상을 보는 짧은 시간 동안, 마치 제가 어렴풋이 하고 싶었던 말들을 누군가 정리해서 대신 들려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 10년 전에만 이런 얘기를 누군가 해주었다면, 그동안 회사에서 받았던 스트레스의 절반 정도는 덜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선 INFJ 특유의 학습법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하였습니다. INFJ는 일을 처음 배울 때는 느리게 배우는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INFJ는 기술이나 지식을 개별적으로 배우지 않고, 전체 시스템을 우선 구축하는 식으로 배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INFJ에게 업무를 A-B-C-D라고 가르치면, 타 유형이라면 그 A-B-C-D를 얼른 배워서 업무에 바로 적용하지만, INFJ는 A랑 B랑 C랑 D랑 어떤 패턴으로 연계되는지, 어떤 맥락에서 적용되는지 등을 알고 싶어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시간이 좀 걸린다는 것이죠. 저 또한 이전 글에서 INFJ는 물 속에 우선 모래를 쉴새 없이 퍼부어야 한다고 쓴 적이 있습니다. INFJ 특유의 학습법으로 인해 초반에는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노력에 비해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A-B-C-D만 배운 사람은 새로운 상황이 닥치면 A-B-C-D 말고는 할줄 아는 것이 없어 응용을 못하는 반면, INFJ는 이면의 패턴을 학습했기 때문에, A-B-C-D-E-F...로 쭉 이어가며 다양한 상황에서의 응용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런 응용 능력이 곧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으로 이어진다고 이 분은 피력합니다. 

다만, 그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에 누군가가 INFJ에게 느리다며 자꾸 면박을 주거나 무시하면, INFJ는 포기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 또한 회사 생활 초반에는 주변에서 노력파라느니, 느리다느니 핀잔을 주는 동료들, 특히 또래 동료들이 몇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3년 정도 지나고서부터 쏙 들어가더군요. 

그래서 두번째로 하는 이야기가, 자신의 장점을 알아봐주지 않는 환경에서는 얼른 벗어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유튜버는 미국인이라 가능한 일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아예 인터뷰에 들어가서부터, 자기는 주어진 일은 확실하게 해내는 편이지만, 밤 10시까지 야근하며 소처럼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찾는거라면 나는 적임자가 아니라고 대놓고 말하였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채용하는 쪽에서 알아서 가려낼 수 있게 해준 것이죠. 이 유튜버의 주장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특히 INFJ의 아킬레스건인 세심한 디테일을 요구하는 업무, 혹은 반복적인 업무를 빠르게 학습하고 열심히 실행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이미 회사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또한 그 틀에 맞추어 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머리속 시스템을 구축하며 일하는 사람들은 특히 복합적인 요소를 한꺼번에 다루어야 하는 업무에 강합니다. 다양한 요소를 모두 고려해가며 상황 판단을 해야 하는 일이라면 INFJ가 강점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복합적인 분야 중 하나가 인간에 대한 이해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서 심리학 분야로 전환하긴 했지만, 이 유튜버는 자신이 특히 고객 응대 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같은 컨설팅을 하더라도, 케이스 분석을 잘하는 수많은 동료들보다도, 고객의 니즈를 꿰뚫어보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었기 때문에, 분석 능력이 더 뛰어난 동료들보다도 실적이 좋았다고 합니다. 회사에서 일반적으로 요구하는 기술, 세심함, 성실함에서는 뒤쳐질지는 몰라도 남들이 갖지 않는 능력을 잘 가꾸어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갈 수만 있다면, INFJ라도 회사에서 억대 연봉을 받아가며 일할 수 있다는 거죠. 남들이 이미 잘 하고 있는 일을 INFJ까지 뛰어들어 굳이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 와 닿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유튜버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일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합니다. 아마도 큰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자라난 미국의 젊은 층을 향해 하는 이야기겠지만, 회사에서 돈을 벌어서 과시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잘 모아서 투자하면, 나중에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때가 왔을 때, 그 스케일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나는 돈에는 관심이 없어, 돈은 아무래도 상관 없어, 라고 하지 말고, 내가 가진 특유의 재주를 잘 가꾸어 직장에서 발휘하면서 정당한 댓가를 받아가는 경험을 하찮게 여기지 말자는 이야기를 합니다. 

저 또한 커리어를 전환하면서 그동안 알뜰하게 모은 돈이 무엇보다 시간적인 여유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더 큰 집, 더 좋은 차를 위해 돈을 벌기보다는 자본주의 체제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하는 최고의 사치, 나만의 사간을 되찾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을 기반으로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 비해 엉뚱한 곳으로 에너지가 새어나가 않게 시간을 보내며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관심 있으시다면 이 영상 링크 아래에 공유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EeYp2eXz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