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INFJ]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는 법

멜리비 2023. 12. 16. 07:59

다급한 일도, 중요한 약속도 없는 날은 안식이기도 하고, 나아가 나의 내면 세계와 재접속하여 마음 속 소풍을 떠나는 날이기도 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카페인으로 마음의 시동을 걸며, 떠오르는 영감을 마치 비누 방울 구경하듯 즐기는 시간들이야말로 일주일 중 가장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내가 가장 나답게 존재할 수 있는 시간, 온전한 자유의 시간이죠. 
하지만 커리어를 전환하다 보니, 새로운 직군 안에서 나의 경쟁력을 다시 쌓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고, 나만의 시간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배워야 할 것, 경험해야 할 것, 모르는 것 투성이인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커리어를 바꾼 이유를 누군가 묻는다면, 그냥 조금 더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만 대답하곤 합니다. 자아 실현을 중시하는 캐나다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납득할만한 답이기도 하구요.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요? 영감이 가득한 하루하루도 좋지만, 하루종일 비누 방울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은 INFJ에게는 특히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집니다. 외부 세계, 현실 세계와의 연결고리가 외향 감정이라는 모양으로 이어지는 INFJ는 외부의 평가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자유로워서도 안되구요. 외부 세계 중에서도 물상이 아닌 사람과 사회와의 관계가 INFJ의 삶의 의미를 결정 짓지 않나 싶습니다. 
INFJ에게 삶의 의미는 개인의 만족과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내가 이 세상에 가시적인 영향을 얼만큼 끼치느냐로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자면, 나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 세상을 등지고 홀로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은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네요. 내가 가진 영감들이 외부 세계에서 그 모습이 실현되지 않으면 언제든 허전하고 불만족스러울 것 같습니다. 세상으로부터 실망하고 상처받은 INFJ라도, 결코 내가 속한 공동체나 사회와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 끈을 놓고 고립된 INFJ는 점점 불건강해질 수밖에 없구요. 
저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자본주의적인 의미에서, 남들이 풀지 못하는 과제를 푸는 해결사가 되어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는 것으로 시작점을 삼을 수 있겠네요. 나는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인가. 나아가, 내가 속한 공동체가 더욱 단단해지고 끈끈해지는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기. 내향 감정인들은 자신의 색채를 더욱 선명하게 하여 타인을 물들이는 반면, 외향 감정인은 나와 남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을 자유자재로 조율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나만의 색채는 흐릿할지라도, 소속감, 연결감, 내가 공동체 안에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나는 소중하다는 느낌, 그리고 우리는 함께 무엇인가를 성취할 수 있다는 느낌을 키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죠. 
외향 감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INFJ야말로 이 세상에 기여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게 아닐까요. 남들과의 사이에서 상처 받고 방황하고 나만의 세계로 후퇴하기보다는, 나와 남 사이의 색감과 온도를 조정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INFJ는 세상에 기여하는 정도에서 확연히 차이가 날 것 같습니다. 가끔 무대가 마련되면, 예를 들어 발표를 한다거나 내담자와의 관계를 이끌어나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타인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 깜짝 놀라는 경험을 INFJ라면 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의외라는 눈빛으로 볼 때 말이죠. 타인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영향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는, 건강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일구어내는 새로운, 하지만 또 한편으로 익숙한 영역에 대해 고민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