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언제나 나 자신을 개발하고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시키고자 하는 자기 개발'충'과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면, 그 다음 목표를 세워, 어떻게 하면 나를 조금 더 개선할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성향이 꼭 건강하다고만 보지는 않지만, 적당히 한다면 스스로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도 있고 세상에 기여할 수도 있다고 보아, 계속하게 되네요. 그래서 저는 MBTI와 이제는 본업이 된 심리 상담 이론 이외에도, 사주에서 말하는 개운법에도 관심이 많고, 재테크 채널들을 즐겨 보며, 불교와 원시 종교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마지막에 말한 원시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된 연유는, 최근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에서 한창 뜨거운 논쟁거리인 페미니즘은 서양에서는 이미 한물간 운동인 느낌입니다. 여성의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던 시절에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기본적인 인권 보장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이 이루어진 점에 대해 저 또한 여성으로써 한없이 감사한 입장입니다. 그런 제도적인 개선 덕분에 여성들 또한 남성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게 되었고, 더 나아가 남성들과 똑같은 활동에 전부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새롭게 조성된 환경 속에서, 여성들은 나아가 남성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남성들이 하는 일을 여성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여성들이 여성성을 잃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존의 제한된 역할에서 벗어난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하면서, 남성 롤모델을 따라 일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사회 활동은 전부 남성들을 위한, 남성들의 특성에 맞는 룰에 따라 구축된 공간이었기 때문에, 그곳에 새로 들어간 여성들은 그 룰에 자연스럽게 따르기 시작한거죠. 협력보다는 경쟁을 중시하고, 연결감이나 소통보다는 논리와 이성을 중시하고, 과정보다는 결과물을 우선시하는 그런 가치관들에 따라 구축된 문화 속에서 활동하다 보니, 여성스러움을 억제하고 남성적인 특성들을 발현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이 성립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커리어 우먼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이라면 이미지가 날카롭고 세련되었으며,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고, 독립적이고 직설적인, 남성스러움을 갖춘 여성들이지 않나요. 이런 류의 여성들은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해낸 것 뿐인데, 억지로 남성적인 에너지를 안고 살아가면서 생긴 스트레스로 인해 각종 질병을 앓기도 하고, 연애나 결혼 생활에서도 같은 남성적인 에너지를 가진 두 사람이 부딪히다 보니 갈등도 많으며, 외적인 성공과는 무관하게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고 스스로 고백하는 일들이 잦아졌습니다.
저는 여성들이 그렇다고 남성에게 순종하고 집안에서만 지내는 그런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문제의 근원은 남성성만을 받들고 여성성을 폄하하는 사회 분위기에 있다고 봅니다.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옛부터 음양의 조화를 중시하지 않았습니까. 남성성과 여성성이 균형을 이룰 때 남녀가 조화를 이루어가며 서로 행복하게,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며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알고 있는 '여성스러움'은 제 생각에는 가부장제 하에서 수용 가능했던 여성성의 일부분만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세월 가부장적인 체제 속에서 살아오면서 온전한 여성성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었고 그게 어떤 모습일지 오늘을 사는 저는 짐작만 할 뿐입니다.
여성성에는 공격적이기보다는 수용하는 에너지, 리드하기보다는 흐름대로 따르는 에너지, 양육하는 에너지가 있는 것 같고, 이런 류의 에너지는 가부장제 하에서는 충분히 쓸모가 있다고 여겨져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에너지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성성에는 그 외에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에너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아이디어와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에너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에너지, 직선으로만 움직이지 않고 흐름대로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움직이는 에너지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온전한 여성성들을 전부 도로 살려내어 살아갈 수만 있다면, 여성들도 남자인척 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아직 이 시대를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우리 세대가 고민할 과제인 것은 분명하지만요. 하지만 일단 저는 저의 시선들을 점검해 봅니다. 육아에 치어 있는 엄마를 커리어 우먼보다는 낮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감정과 직관을 활용하는 여성을 비논리적이라고 깔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격적이기보다는 부드럽고 협력적인 여성을 우습게 보고 있지는 않은지, 전통적인 가부장제의 시선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고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내 안의 힘을 꼭 남성적인 형식으로 발현되지 않고, 창조성과 연결감의 형태로 발현하고, 그 자체로 감사하며 스스로 인정하는 연습 또한 해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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