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INFJ] 직관과 순간의 기분을 혼동하지 않기

멜리비 2020. 12. 15. 11:59

INFJ는 사고보다는 감정이 우세하고, 감각보다는 직관이 우세한 유형입니다. 따라서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혹은 현실적이고 꼼꼼하게 따져 가며 산다는 것이 때로는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냥 아주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의식의 흐름대로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세상이 언제나 조금은 아쉬운 사람들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알아서 잘 할 텐데 말이죠.

하지만 자신을 진정, 온전히 내버려둔 INFJ는, 특히 자신의 생활 속에 적절한 여백을 오랜 시간 두지 못했던 인프제라면, 그런 심적 여유가 실제로 주어졌을 때에는, 어찌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게 됩니다. 꿈으로만 꾸던 혼자만의 여행을 떠난다든가, 하루 정도 회사에 휴가를 내고 남들 모두 출근한 시간에 혼자 도심 이곳 저곳을 마음껏 돌아다니는 시간을 갖는다든가. 이런 시간에 갑자기 놓이게 되면, 아직 자신의 여백을 가꾸지 못하는 사람은 순간의 기분에 따라 의미 없이 오감의 만족을 좇다가, 되돌아 보았을 때 방금 전까지 좋았던 기분은 휘발성이 강한듯 이미 날아가고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정, 느낌, 센스 등의 단어를 참 좋아합니다. 이성적이거나, 냉철하게 계산하는 사람들은 왠지 정이 안 간다고 느끼고, 심지어는 못 미더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감정에 따라 느낌에 따라 산다는 것이 참 피곤하기도 하고,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히려 차분하게 인간 관계에 대해 따져 보기도 하고, 계획에 따라 쇼핑을 하기도 하다 보니, 삶이 이전에 비해 훨씬 정돈되고 안정된 느낌입니다.

생각해보면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사람을 멀리 하는 이유는, 그런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할까 걱정이 되어서입니다. 상대방이 나에 대한 정이라도 있다면, 나를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서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정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아주 큰 비중을 싣는 사람인데, 이런 감정은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라 그런 사람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나는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사람 중에, 원칙이 있는 사람이 가장 좋은 친구이자 가족이 된다고 믿습니다. 자칫 비인간적으로 보일 정도로 이성적인 사람들 중, 자신만의 원칙이 서 있는 사람들은 상황과 감정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가치 있다고 정한 것은 끝까지 지켜내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나는 그런 사람들과 친구를 하려 합니다. 내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나와 함께 실컷 욕을 해주기보다는, 오히려 차분히 조언을 해줄 줄 아는 사람들.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보다는, 내가 잘못했을 때에는 따끔하게 한 마디 해줄 줄 아는 사람들.

불교에서는 감정을 그저 스쳐 가는 한낱 바람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실상,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분이 다르고, 출근길 옆사람에게 떠밀려 지하철에 낑겨 탄 이후의 기분이 다르고, 하루 종일 일하다가 퇴근하는 길의 기분이 다 다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을 행복이라 생각하고, 그런 행복을 좇기만 하는 삶은 아주 불안정하고도 허무하더라고요.

감정은 고정된 하늘을 스쳐 가는 구름과도 같습니다. 이런 감정을 내 삶의 지표로 삼고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도 불안정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이성만 가지고 살자니, 마음이 종종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나는 사람이지 로봇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종종 활용해야 하는 것이 직관인 것 같습니다.

직관적으로 산다는 것은 순간의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일인 것을 이제 알겠습니다. 직관이란, 충분한 사실 확인과 고심과 경험 끝에 얻어지는 것인 반면, 감정은 시시각각 변하는 물결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사실을 따져보기도 하는 사람이자, 그간 쌓은 직관력으로 가치 있는 것과 무가치한 것을 구분하여, 가치 있는 것들에 무게를 두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직관은 아무런 노력과 경험 없이 답을 공짜로 주지 않습니다. 직관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은 순간의 기분에 따라, 기분 좋은 쪽으로만 행동을 몰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이 순간 기분이 안 좋은 것이 나중을 위해 현명하다는 것을 알려주어, 절제하게 하는 것이 직관이기도 하겠죠. 직관은 나를 행복하고 기분 좋게 해주는 방향으로 인도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삶을 한 블럭 한 블럭 쌓아 나갈 수 있게 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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