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INFJ] INFJ와 물욕

멜리비 2021. 1. 15. 12:27

INFJ 라면 외향 감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최근 Quora라는 외국 인터넷 게시판에 어느 INTP가 주변 INFJ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정리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정말 흥미롭게 본 이유는,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기로 알려진 INFJ들의 물욕에 관해 냉철하게, INTP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정리한 글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INTP는 INFJ에 대해, 우선 주기능 내향 직관의 영향으로 기본적으로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려는 성향이 강하지만, 한편으로 열등 기능인 외향 감각으로 인해 피상적이거나, 허세로 비추어질 수 있는 소비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INFJ는 특히 20대, 30대에는 내향 직관과 외향 감각의 양극단을 오락가락하며, 언제는 물질적인 것을 전부 외면하다가도, 언제는 감각에 몰입하기도 하며, 특히 감각에 실컷 몰입하다가 그런 자신의 모습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합니다. INFJ가 인생 경험이 쌓일수록 점차 균형을 잡아 가는데, 이때 각자 삶에 돈과 고급스러운 물건과 물질적인 가치에 얼만큼 비중을 둘지 결정한다고 합니다. 이 INTP가 주변을 관찰한 바에 의하면, INFJ가 NT와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연봉이 높은 STEM 직종에 종사하는 NT와 결혼하고 나면, INFJ는 고급스러운 옷과 비싼 차를 몰고 다니면서도, 자신은 의미 있다고 여기지만 상대적으로 벌이는 시원찮은 커리어에 몰입할 수 있게 되며, 이런 경우가 가장 만족도가 높아 보인다고 합니다. 그 다음으로, INFJ 스스로 의미 있으면서도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직종, 의사나 수의사의 길을 택하여, 사람들을 도우면서 삶의 의미도 찾고, 자신의 물욕도 채울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또 한 경우로는, 처음에는 가족과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오직 돈만 바라보고 커리어를 선택하는 케이스가 있는데, 대체로 커리어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방황하는 INFJ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중 한 사람은 자신이 커리어 선택을 잘못했음을 깨닫고, 다시 대학원으로 돌아가 알츠하이머 치료법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냥 보통의 회사원 생활을 하면서 주말에 봉사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전에 이 블로그에도 올린 INFJ 남자들의 10가지 특징에 관한 글에서도 보면, 1번 항목으로 “우리는 물욕은 없지만, 의외로 주변을 고급스럽고 아름답게 꾸미기를 원한다”가 올라 있습니다. 저 또한 이 말에 공감합니다. 상업적이고 피상적인 것을 꺼려하고, 절제되고 검소하고 단순한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이라 믿습니다. 자신의 부를 너무 티내거나 과시하는 사람을 조금 우습게 보기도 합니다. 어쩌면, 단순한 삶을 일부러 추구하지 않으면, INFJ는 다른 유형에 비해 잘못된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보기에, 더욱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편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동안 주변 정리도 많이 하였고, 또 나름 성공적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충만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고급진 옷이나 물건을 보면 갖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고,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거나 호화로운 여행을 떠나고픈 마음도 생겨납니다. 더 웃긴 것은 그냥 보통 좋은 것에는 눈이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왕 욕심이 생긴거, 정말 최고의 것이 아니면 별로 지갑을 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거죠. 모 아니면 도, 최고가 아니면 아예 없이 사는 INFJ는 정말 모순 덩어리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INTP는 INFJ들이 한편으로 의미 있는 삶을 절실하게 추구하면서도, 한편으로 “귀족” 같은 여유로운 생활을 (남몰래) 하고 싶어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INFJ의 마음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각종 명품이나 고급진 물건이 선사하는 감각적인 경험을 갈구하는 데에서 온다고 분석합니다. 저는 이 말에도 또한 공감합니다. 나의 부나 성공, 혹은 사회적 “계급”의 증표로 고급진 물건을 갖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선사하는 감각적인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이 주 목적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은 물건을 사더라도, 티가 나지 않게 집에서 조용히 즐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스스로 이런 성향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인지 마치 죄라도 지은 것처럼 말이죠.

마지막으로, 이 INTP는 INFJ들에 대해, INFJ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과 실행력을 모두 갖추었기 때문에, “나는 돈을 진짜로 많이 벌거야”라고 마음 먹은 INFJ라면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합니다. 다만, INFJ는 절대로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하고 다니지 않는답니다. “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세상을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거야”라고 말하며, 속으로는 “바닷가 전원 주택에서 살며 벤츠를 몰면서 말이지”라고 덧붙인다고요. 저는 이 말에 피식 웃었습니다. INFJ는 제가 주변에서 보아 온 ISFP처럼 순수하게 감각에 몰입하지도 않고, ENFP나 INFP처럼 불우한 사람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지 못하며, 그렇다고 ESFJ나 ISFJ처럼 사회적인 시선에 민감하지도 않지만, 삶의 의미와 물욕만 놓고 본다면 어쩌면 욕심이 하늘을 찌르는 유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코 샤넬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모두 공짜다. 그 다음으로 좋은 것은 모두 정말, 정말 비싸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INFJ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과, 그 다음으로 좋은 것을 모두 추구하느라 참 바쁘게 삽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이 글을 통해 정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물욕을 갖고 있는 모습을 전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감정이든 그 존재를 부정하다 보면 의외의 방식으로 그 모습이 결국 표면으로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우선, 경제적인 안정을 매우 중시합니다. 돈에 대해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돈이 없어서 스스로 하고 싶은 일, 의미 있는 일에 몰두하지 못하는 것을 특히 원치 않습니다. 경제적인 여유를 추구하는 1차적인 목표는 여기에 있습니다. 나아가, 나의 삶에 물질적인 가치를 어떤 식으로 결부시킬지에 대해 생각해 보니, 우선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을 계속 해 나가며, 선택적으로 원하는 감각적인 경험들을 추구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꼭 향유하고픈 경험이나 물건이 있다면, 비싸더라도,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이런 방식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아마도 전반적으로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은 아니더라도, 편안하고 아늑하며, 몇 가지 고급진 물건과 의미로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