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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는 영혼을 갉아먹는 감정이다.” – C.G. 융
필자는 수치를 느껴본 경험이 있습니다. 당신도 수치를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수치심을 느낄 때에는, 자기 몸을 작은 공처럼 똘똘 말아 어두운 구석으로 들어가 영원히 숨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일 것입니다. 당신은 무가치하고, 사랑 받을 자격이 없고, 외면 당하는 어린 소녀 혹은 소년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 것입니다.
수치심이 느껴질 때에는 마치 자신이 아주 아주 나쁜 짓을 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런 기분이 너무나도 강하여, 자신의 자존감이 갈수록 낮아지고, 자신이 마치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사람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수치와 죄책감을 혼동합니다. 하지만 수치심과 죄책감은 엄밀히 말하면 서로 전혀 다른 기분입니다. 상처 받기 쉬운 마음에 관한 강연 및 집필 활동을 하는 브레네 브라운은 그 차이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 “수치심과 죄책감의 차이는 바로 ‘나는 나쁘다’와 ‘나는 나쁜 행동을 하였다’는 마음가짐의 차이다.”
공교롭게도, 수치심은 대체로 우리 가족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부모 중 한 명, 혹은 두 명 모두 수치심을 느끼던 사람들이었다면, 그 수치심의 내력을 자신을 대한 방식, 혹은 자식을 대하는 방식을 통해,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전수했을 것입니다. 어린 아이들은 특히 수치심에 취약합니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에 대한 부모의 반응으로부터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무관심하거나, 학대하거나 통제하거나, 역기능적인 가정 환경에서 자랐다면, 당신이 받은 감정의 고통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수치심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학대 받았거나, 무관심한 부모 밑에서 자랐다면,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아닐까요? 어린 아이의 눈으로 봤을 때, 부모 중 한 명, 혹은 두 명 모두 당신이 필요한 순간에 옆에서 당신을 보호해주거나 사랑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자기 스스로에게 결함이 있다고 느낍니다. 어린 아이가 자신이 하자가 있고, 충분하지 않고, 사랑스럽지 않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다 보면, 필연적으로 자기 자신을 그런 눈으로 보기 시작합니다.
불행히도, 우리가 어린 아이일 때 받았던 대우를 결국 우리 자신에게 그대로 행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 시절 수치심을 유발했던 경험들이 성인이 되어서는 수치심을 다시금 연상케 하는 방아쇠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렸을 때 울다가 너무 예민하다는 핀잔을 들었던 소년은 어른이 되어서도 울게 되면 부끄러움과 깊은 수치심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을 울게 만들 것 같은 모든 감정을 철저히 억누르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는 수치스러운 감정을 숨기기 위한 대응 기제를 고안해내며, 이런 대응 기제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분노, 고립, 책임 전가, 경멸, 통제, 완벽주의, 남의 비위 맞추기 등은 모두 자신이 불충분하고 사랑스럽지 않다는 감정을 피하기 위한 전략들입니다. 물론, 이런 전략들은 우리가 수치심을 느끼는 근본 원인을 전혀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수치심으로부터 회복하고 자존감과 자기애를 되찾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절대로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아래 수치심과 자존감을 되찾기 위한 8가지 전략이 있습니다.
1.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살려 보세요
아주 고통스러운 경험일 수는 있지만, 자신이 느끼는 수치심이 절대로 자신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적인 이해가 있어야만 합니다. 당신은 이제 어른이므로, 어른의 관점과 판단력으로 어린 자신을 바라보십시오. 당신이 얼마나 자그마하고 순수했는지, 그리고 당신의 부모가 당신에게 행한 고통스러운 일들이, 비록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행한 일들이라 할지라도, 얼마나 어린 당신에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들이었을지 이해해 보십시오.
당신이 얼마나 절박하게 그들의 인정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필요로 했었는지, 그리고 그것을 받지 못했을 때에는 그 누구의 사랑이나 인정도 받을 가치가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는지, 기억하십니까? 이 기분이 드는 것은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수치심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하면 이 사실을 언제나 상기하십시오. 당신이 느끼는 수치심의 근본 뿌리를 찾아내려 노력하세요. 당신이 경험한 것에 대해 일기를 쓰거나, 어른의 관점으로 다시 한번 되돌아보십시오. 새로운 관점으로 동일한 경험을 바라보았을 때, 그때 있었던 일이 당신의 탓이 아니라는 사실이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나요?
2. 반복되는 계기를 찾아내세요.
당신이 주로 어떤 상황에서 수치심을 느끼는지 되돌아보십시오. 처음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 수치심을 여러 겹의 대응 기제 아래 철저히 숨겨 두기 때문입니다. 우선 행동부터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당신이 고통을 느낄 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 그런 반응을 하게 되었는지 자신에게 스스로 되물으십시오.
누군가 당신에게 약점을 들킨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말을 하였나요? 어린 시절의 거부 당했던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방법으로 거부 당했나요? 수치스럽게 느껴졌던 사건에 대해 머리 속으로 반복하여 떠올리고 있나요? 당신으로 하여금 수치심을 느끼게 만들고,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계기들이 무엇인지 파악이 되면, 그런 계기가 또 오더라도 더욱 건강하고 기능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3.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연습을 하세요.
수치를 느끼게 되면,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너그럽거나 사랑을 베풀기가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너그러운 기분이 들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너그러운 행동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친한 친구나 사랑스러운 아이를 대하듯 자신에게도 따뜻하게 이야기하고 대해 보십시오. 당신이 사고와 감정이 긍정적으로 바뀔 때까지, 마치 자신이 사랑스럽고 가치 있는 사람인 양, 스스로 대해 보십시오.
텍사스 대의 심리 사회학자 크리스틴 네프는 자신을 너그럽게 대하는 행위는 수치심을 느낄 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자기 바판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라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자신에게 너그럽게 대하는 행위는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시켜, 사람으로 하여금 신뢰와 평온함, 안정과 타인과의 연결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합니다.
4.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세요.
앞서 말했듯이,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 반복해서 되씹는 것은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아주 흔한 계기가 됩니다. 당신이 수치심을 느꼈던 대화나 상황을 자꾸 반복해서 떠올리거나, 혹은 자신의 마음속으로 자신을 반복적으로 비판하다 보면, 수치심은 더욱 더 강해집니다. 당신이 할 일은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수치심이 당신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일입니다.
수치심으로부터 나오는 생각은 대체로 지나치게 비관적인 생각, 자신의 능력에 대한 비현실적인 불신, 그리고 특정 상황이나 타인의 행동의 부정적인 면에 대한 선택적 집중, 아니면 타인의 행동에 대한 지나치게 좁은 기대 등에서 비롯됩니다.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을 반박할 만한 근거를 찾아 보세요. 마음 속 어딘가에는, 당신이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며, 무가치하지 않으며, 지금 당장 드는 생각이 전부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수치에 기반한 생각들이 당신의 마음을 전부 뒤덮으려 할 때에는 결코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생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어 긍정적인 면에 집중하면서, 수치심에 대항해 보십시오.
5. 수치를 이중으로 느끼려 하지 마세요.
수치심을 즐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누구도 수치심이 유발하는 감정들, 가령 자신이 나약하거나 무가치하게 느껴지는 감정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수치심을 안고 살아갈 때에는, 우리의 수치심에 대한 수치심을 또 느끼게 됩니다. 자신이 긍정적이고 자신감 넘치고 행복한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상처를 받게 됩니다.
스스로 수치심이 느껴질 때에는,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의 감정을 허락하십시오. 수치를 느끼는 자신의 감정 때문에 스스로 질책하지 마십시오. 누구나 종종 아픔과 수치심을 느낍니다. 오히려 자신이 수치심을 느낀다는 사실을 우선 인정함으로써 그 근본 원인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6. 수치심을 강화하는 사람을 피하십시오.
당신 인생에는 당신의 수치심을 강화하는 사람들이 있나요? 당신의 부모님이 당신의 모든 말과 행동에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당신을 깎아 내리는지 모릅니다. 어떤 경우에는 수치심에 떠밀려 어린 시절에 겪었던 관계와 유사한 관계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배우자나 파트너, 혹은 몇몇의 친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의 수치의 감정을 강화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감정적으로 건강한 관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성숙하지 못하고 역기능적인 사람들 대신, 주변에 이해심이 많고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들을 얼마든지 둘 수 있습니다. 당신의 수치심을 다시 일깨우는 사람과 결혼했다면, 파트너와 함께 심리 상담을 통해 당신이 과거에 느꼈던 수치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자신을 보호할 선을 긋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해가 되는 관계라도, 관계를 내려놓거나 끊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당신 인생 속의 누군가가 당신의 수치심을 이용하여 당신을 조종하거나 다치게 하려 한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놓아주어야 하는 사람입니다.
7. 사랑과 친절을 받아들이세요
수치심이 동반하는, 스스로 무가치하다는 감정은 타인으로부터 사랑과 친절을 받아들이는 것을 아주 어려운 일처럼 느끼게 합니다. 실상, 당신은 자신의 “진짜” 모습, 즉 나쁘고 무가치한 모습을 꿰뚫어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에 잘해주는 사람을 오히려 불신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타인의 선함을 받아들이는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은 아마도 어렴풋하게 나마 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의 역기능적인 태도에 대해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더욱 더 새로운 방식으로 반응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야 합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친절을 베푼다면, 그의 친절을 거절함으로써 그들의 선한 행동을 폄하하지 마세요. 타인의 친절을 열린 자세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하십시오. 누군가 당신을 칭찬한다면, 굳이 자신을 다시 깎아 내리려 하는 대신, 흔쾌히 받아들이십시오. 당신의 좋은 면을 봐주는 상대방의 훌륭한 판단력을 신뢰하십시오.
이런 행동은 의식적인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시간이 지날수록 타인의 친절과 칭찬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자연스럽고 기분 좋게 느껴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8. 용서하는 훈련을 하세요
당신이 굳이 용서를 구할 만할 일을 하지 않았어도, 아마도 용서를 구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겁니다. 당신은 당신의 “나쁨”에 대해 용서 받고 싶은 것입니다. 용서를 구함으로써 당신이 느끼는 수치심이 말끔히 씻겨 나가, 드디어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 느끼며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용서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 안의 감옥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자신 뿐입니다. 당신이 아무리 흠이 많은 사람처럼 느껴지더라도, 그냥 넘어가 보는 건 어떨까요? 지구상 누구나 흠이 있고 실수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 용서를 필요로 하고, 또 마땅히 용서 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인간 삶의 어쩔 수 없는 일부분이에요.
당신이 흠이 있는 사람이라도, 그래도 괜찮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나요? 스스로 용서할 수 있겠어요? 할 수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에요. 당신이 느끼는 수치심을 작은 상자에 담아 마음 속 서랍 속에 슬쩍 놓아 두세요.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가끔 필요할 때에만 상자를 잠깐씩 열어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은 그 상자를 그저 서랍 속에 두고, 자신을 좋아하면서 즐겁게 사세요. 굳이 그 상자 속의 수치심과 매순간 함께 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치심은 우리 영혼을 불구로 만드는 감정 중 하납니다. 당신이 아무리 나쁜 짓을 했더라도, 수치심을 자꾸만 느낀다고 나아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또 다른 수치심을 불러올 뿐입니다. 수치심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에서 말한 전략을 생활화하고, 자신이 온전히 치유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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