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의 4차 기능인 외향 감각은 2차 기능인 외향 감정과 함께 INFJ를 외부 세계와 연결시켜주는 통로입니다. 외향 감각이 4차 기능이라 아직 발달 초기인 INFJ에게는 아킬레스건이라고도 불리지만, 사실 알고 보면 INFJ에게는 8가지 기능 중 그래도 4순위인, 잘만 활용하면 INFJ에게 강력한 힘이 될 수도 있는 기능입니다. 저는 40대 초반의 나이에, 그것도 외향 감각이 발달한 배우자를 두면서부터 외향 감각을 일상 속에서 생각보다 많이 활용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이 기능을 어떻게 하면 더욱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해 왔고, 이 블로그에서도 계속 강조하고 있는 중이죠.
INFJ에게 외향 감각 기능이 그 가치를 발휘하려면, ESFP로 둔갑하여 지금, 현재에만 몰입하여 생활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에 몰입하고, 감각적인 경험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INFJ에게 외향 감각은 궁극적으로 내향 직관을 보좌하는 역할을 해야만 그 진정한 가치가 발현된다고 봅니다. 내향 직관이나 외향 감정, 혹은 사고 기능을 전부 팽개쳐 두고 감각에만 몰입하지는 말자는 거죠. INFJ가 ESFP 행사를 하는 것이 건강한 건 아니니까요.
최근 반취약성 (Anti-fragility)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심 탈렙이라는, 직설적이고 퉁명스러운 통계학자가 내놓은 개념으로, 이 세상에서 불확실성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받을수록 탄탄해지는 것들을 "반취약"하다고 묘사했습니다. 이는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내성이 생기는 것과는 별개의 개념으로, 오히려 스트레스르 받아야만 건강하고 강해지는 것들을 지칭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을 들 수 있겠네요. 우리는 운동을 하면 몸에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 스트레스에 대응해 몸에서는 기초 대사량을 높이고 에너지를 끌어내는 능력이 좋아집니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몸이 닳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해집니다. 반면, 운동을 통한 스트레스를 피할수록, 몸은 병약해집니다.
INFJ에게는 내향 직관이 끊임없이 구축해나가는 내면의 세계가 있는데, 이 내면의 세계 또한 반취약하지 않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끊임 없이 외부로부터 데이터를 주입하고, 외부 세계와 대조하여 틀리게 구축된 부분은 계속해서 부수고 새로 지어야만 우리의 내면 세계가 탄탄하고 쓸모가 있어지는 것 같습니다. 외부와의 갈등을 피하기만 하고, 속으로만 주관적인 내면을 보존하고자 한다면, INFJ는 병약해지고 말꺼에요. 그래서 괴롭더라도 INFJ는 절대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반취약성이라는 개념을 알고 나니, 외부 세계와의 연결이 나를 더욱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필수 스트레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외부 세계와의 갈등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외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내면의 구조물이 일시적으로 파괴되더라도, 그 자리에 얼른 새롭고 더욱 견고한 구조물을 세우면 그만이라는 생각도요. 반취약성이라는 개념을 알고 나서부터 불확실성을 온몸으로 끌어안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한 외부와의 갈등은 나에게 약이 되기도 하고 내게는 그 갈등을 헤쳐나갈 능력이 충분하다는 자신에 대한 신뢰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MBTI의 J형이라면 대체로 자기 삶의 불확실성을 가능한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통제하려는 경향은 일부, 나 자신에 대한 불신, 다가올 고통에 대한 두려움과 피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오기도 합니다, 솔직히요. 그래서 그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 불확실성과 스트레스, 갈등은 모두 나에게는 필수 영양분이라는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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