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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J] INFJ와 결혼

멜리비 2021. 6. 15. 23:01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이상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INFJ라면 당연히 연애와 결혼에 대해 큰 기대를 품고 살게 됩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나를 속속들이 이해해줄, 영혼의 짝을 찾아 헤맸던 시간이 꽤나 길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저는 그런 이상적인 소울메이트에 대한 기대를 버리면서부터 진정한 짝을 만날 마음의 공간이 생겼던 것도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동안 MBTI 이론을 파고 들며, 어떤 연애를 해야 하며 어떤 결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던 시간들이 조금 아깝기도 합니다. MBTI는 자신을 알고 타인을 알아가는 데에 유용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충만한 결혼 생활에 필요한 재료는 성격적인 특성을 넘어서, 개인의 성숙함과 온전함이 더욱 결정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MBTI는 결혼 전보다는 후에 더욱 유용하게 쓰인다고 봅니다. 종종 어떤 유형은 어떤 유형과는 찰떡 궁합이라는 식으로 쓴 글들을 보면 정작 중요한 것들을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INFJ라면 ENFP나 INTJ가 잘 맞는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던 것 같구요. 하지만 결국 MBTI는 한 개인의 성향과 선호를 알려줄 뿐이고, 실제로 반평생 결혼 생활을 함께 해나갈 짝을 찾을 때에는, 성격적인 요소들보다 조금 더 깊고 단단한 부분들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현명한 결혼 생활은 모두 다를 수 있겠지만, 기본 중 기본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은 필수 항목이라고 봅니다. 상대방에 대한 표면적인 믿음이 아닌, 정말 뼛속 깊은 곳까지 저 사람에게는 나를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지, 아무리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더라도, 마음 한켠에는 그래도 기본적으로 존중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는지와 같은, 조금 더 근원적인 문제들이 MBTI로만 접근하면 가려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혼 이후에는, MBTI 이론은 분명 그 가치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배우자 뿐만 아니라 자식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상대방의 MBTI 성향을 알고 나면, 나와는 다르지만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그래서 결혼 전에는 MBTI를 따지지 않고 결혼 후에는 MBTI를 알아보는 것이 조금 더 나은 방식인 것 같습니다. 

INFJ라서 특히 더 따져 봐야 할 것이 있을까요. 어느 유형이든,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마음이 있다면 충만한 결혼 생활이 가능하다고 굳게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규정하는 결혼 제도 속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 INFJ에게 있어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하고 들어가야 할 부분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상대방이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알아주기를 바라지 말 것. 복잡하고 내적 갈등이 많고 예민하면서도 때로는 냉철하기도 한 자신을 온전히 다 보여주고 이해하라고 시키는 것은 상대방이 같은 INFJ라도 저는 안 할 것 같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해보라니, 왠 말입니까.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과, 나의 모든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는 것은 분명 별개의 일입니다. 장기적으로 관계를 유지시켜 나가는데 필수 요소인 것은 당연히 전자이고요.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과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결혼 생활이 가능한지 여부 또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유롭게 꿈꾸고, 탐험하고, 또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다른 어떤 유형보다도 절실한 것이 INFJ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결혼과 동시에 많은 책임이 지워지고 집안 대소사를 모두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INFJ는 특히 더 빨리 지쳐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가족에게 헌신하는 것은 좋지만, 반드시 스스로 재충전하고 꿈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내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따져보는 것도 아주 중요한 것 같습니다. INFJ의 성장 곡선 중 어디쯤에 와 있는지에 따라 INFJ가 찾는 짝의 유형이 많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특히 아직 외향 감각을 잘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든가 내향 사고에 푹 빠져 있는 단계에 있다면, 모든 주기능 부기능이 균형 있게 자리 잡고 있는 상태에서는와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요. 사주를 보러 가면 결혼을 늦게 하라는 말이 INFJ에게도 어느 정도 적용되지 않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INFJ 인생 전반적으로 그렇기도 하지만, 타인의 조언에 너무 휘둘리지 않는 것이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 모두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마디씩 거들지만, 결국 선택은 나의 몫이며, 내가 준비가 되었는지, 그리고 나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서는지에 대해 곰곰이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겠죠.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는 것은 나의 호불호를 아는 것을 넘어서, 현실을 직시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포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선택에는 언제나 희생이 따르는데, 그 선택을 하는 것이야말로 성숙함의 증표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고 결혼이라는 주제는 개인마다 너무나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얼만큼 와 닿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MBTI는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나의 결혼 생활이 충만해질 수도 있고 척박해질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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