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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J] INFJ의 외향 감각

멜리비 2019. 9. 1. 08:00

INFJ에게 외향 감각은 열등 기능입니다. 비유하자면, 내가 오른손잡이일 경우, 1차 기능인 내향 직관이 곧 나의 오른손, 2차 기능인 외향 감정은 왼손, 3차 기능인 내향 사고는 오른발, 4차 기능인 외향 감각은 왼발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INFJ가 선호하는 4가지 기능 중 하나이니 아예 못 쓰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잘 쓰려면 연습이 필요합니다.

외향 감각은 내향 직관과 상극이라고 합니다. 오감이 생생히 살아 있는 상태에서는 내향 직관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INFJ는 혼자만의 시간, 여백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자극을 최소화한다는 것은 외향 감각 기능을 잠시 꺼두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반대로, 내향 직관이 제 기능을 하는 동안에는, INFJ의 정신 활동은 내면을 향해 있기 때문에, 오감에는 둔감해집니다. 저는 종종 저녁에 퇴근하고 나면 허벅지에 멍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어디 책상 모서리에 부딪힌 듯한데, 아무 기억이 없습니다. 오감이 무딘 상태로 하루를 보내고 온 것입니다.

외향 감각이 INFJ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불리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INFJ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외향 감각이 갑자기 주도권을 쥐어, 평소 INFJ답지 않은 행동을 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평소 오른손으로 쓰던 글씨를, 오른손이 지친 틈을 타, 왼발이 빼앗아 쓴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평소 생각이 (지나치게) 많던 INFJ가 갑자기 오감을 만족시키는 활동에 푹 빠져 내일을 생각하지 않고 불건강한 활동에 심취할 때가 외향 감각 기능이, 아주 서툴게 발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외향 감각 기능이 우세한 유형, 즉 ESFP나 ESTP를 주변에서 보면, 대체로 운동 신경이 발달했고, 운동을 대부분 즐기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순간의 기지를 잘 발휘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또한 맛과 색을 잘 구분하여, 고급진 옷, 고급진 음식에 심취하는 경우도 주변에서 보았습니다. 하지만 외향 감각 기능의 영향에 빠진 INFJ는 갑자기 운동선수로 돌변하지는 않더군요. 저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순간의 기지가 느는 대신 말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집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 모든 말에 대해 반응을 하기 시작합니다. 고급 음식을 갈구하는 대신, 아주 달거나 자극적인 음식, 혹은 독한 커피를 자꾸만 찾습니다. 그리고 필요 없는 물건을 계속 사게 되더군요. 외향 감각은 곧 물질적인 욕심과도 연계가 있다고 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열등 기능인 외향 감각의 영향으로, INFJ들이 고급스러운 물건으로 주변을 꾸미는 것을 즐긴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정신적인 활동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INFJ지만, 열등 기능 외향 감각으로 인해 아름다운 물건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런 욕구는 INFJ가 의외의 인물이 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열등 기능인 외향 감각은 INFJ에게 무슨 의미를 갖나요? 우선 중요한 것은, 자신이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을 때, 서툰 외향 감각이 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외향 감각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기 보다는, 모두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마다 증세가 다르겠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멀쩡하던 의식의 관제탑이 외향 감각에게 점령당했을 때에는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절반은 해결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외향 감각이 어쩌면 우리에게 휴식을 주는 기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갈수록 듭니다. INFJ는 언제나 현재보다는 미래를 그리며 사는 유형인데, 미래와 현재의 간극으로 인해 실망하기도 하고, 본의 아니게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INFJ가 스트레스를 관리하려면, 먼 미래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 자신의 신념과 현상태 간의 간극에 대한 생각을 잠시 멈추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시간을 종종 갖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명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명상이 너무 거창하다 느껴진다면 그저 바깥 풍경을 구경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집중하여 먹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집중하여 듣는 등의 활동도 좋은 것 같습니다. 다다만, INFJ는 타고난 성향대로 이런 상태로 오래 있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머리 속에 멈추지 않는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해주는 하나의 스트레스 관리 방법입니다.

외향 감각은 자칫 한 방향으로만 치우칠 수 있는 INFJ의 생활에 균형을 잡아주고, 나아가 활력을 더해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외향 감각이 불건강한 방식으로 나타나 자신의 건강이나 주변인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도록 잘 관리한다면, 그리고 너무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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