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소울메이트와 하지 않는다 했습니다. 소울메이트란, 자신의 인생길에 잠시 동행해주는, 자신과 닮아, 거울처럼 비추어주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서로 아픈 부분도 닮아, 내가 더 이상 아픔을 외면할 수 없게, 그래서 성장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존재입니다. 내면의 망가진 곳, 고장난 부분을 부러뜨리고 다시 조각을 맞추어 나가면서, 우리는 온전한 상태가 되어, 비로소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저 또한 이 말을 믿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강렬한 끌림, 애틋한 마음을 불러 일으키는 상대방이 아닌, 무한 신뢰를 주는, 조금은 낯선 사람과 연애를 하고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습니다. MBTI에 관심이 아주 많은 사람으로, 저는 2년 연애하는 기간 동안 상대방의 MBTI 성격 유형에 관해 묻지 않았습니다. 최근에서야 그가 ISFP임을 조심스럽게 추정해 보았습니다.
INFJ와 ISFP는 서로 너무나도 다릅니다. 가끔 낯선 외계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둘 사이에 공유하는 취미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대화도 없습니다. 둘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중시한다는 것만 빼면, 사실 겹치는 부분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숙하고 나니, 타인의 다른 점이 내 인생에서 갈등 요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서로를 이해하기까지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요.
어쩌면 INFJ는 연애하면서, 그 복잡하고 지긋지긋한 내면의 세계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보다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꾸준하고 잔잔하게, 물론 고양이 같은 매력으로, 있어줄 상대가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INFJ가 혼자 소용돌이에 휘말려 죽어라 파도 타기를 하고 있을 때, 말없이 현실 세계로, 감각의 세계로 도로 끌어내려줄 상대 말입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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