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INFJ임을 발견하고, INFJ라는 렌즈를 통해 자신이 걸어온 길을 재해석하고 나면, 마음의 안정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런 안정을 바탕으로, 점차 성장에 대한 욕구가 생깁니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그랬음). 그래서 INFJ가 현대 사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구체적으로 구현해 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지 궁금해집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워서, 열심히 하루하루 실천해 나가라고 배웁니다. 이런 방식으로 성장하는 사람들은 차곡차곡 탑을 쌓는 모양으로 살아갑니다. 우리 나라의 SJ형들이 대표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 입시, 입사, 결혼, 내집 마련 등등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여 획득해 나갑니다. 아주 가지런한 탑 모양의 삶이죠.
그들의 옆에서 우리 INFJ는 어떤 모양일까요. 하고 싶은 일은 이만큼인데, 꿈이 너무 크거나 막연하여 아예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옆 사람의 탑이 모양새를 갖추어 나가는 것을 보며 열심히 노력할 것을 다짐하였다가도, 금새 자신과 맞지 않는 방식임을 느끼고 주저 앉아 꿈이나 꾸며 시간을 보냅니다. 대부분의 경우, 마음 속으로 그리는 꿈의 원형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합니다.
하지만 인생을 삼분절 가량 살아내고 보니, INFJ는 탑 모양으로 성장하는 유형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습니다. INFJ는 앞선 글에서도 말했듯, 내향 직관 기능이 발동 걸리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내향 직관은 본질적으로 당장 외부 세계, 현실 세계와는 관계 없는 기능이기 때문에, 외부 세계에 상응하는 마음 속 원형이 형성된 이후에나 INFJ는 현실 세계와 동등한 무게를 갖는 내적인 세계를 갖추고, 바깥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모양을 지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내적인 세계를 갖추려면, 현실 세계와의 계속된 교류를 통해, 즉 외향 감정, 그리고 외향 감각을 통해 정보와 경험을 두루두루 갖춘 후, 내향 직관이 정확한 예측치를 내릴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야 합니다. 나의 마음 속으로는, 마치 깊은 바다에 모래를 끊임없이 퍼부어, 작은 섬을 하나 키우는 것과 같은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매일매일 외향 감정, 외향 감각이라는 양동이에 경험과 정보를 듬뿍 담아 바다에 퍼붓습니다. 하지만, 수면 위에는 당장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처음에는요. 그러다가 어느 날엔가 수면 위로 새로운 땅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이후에는 INFJ는 자신이 정한 규칙대로, 탑을 짓든, 놀이 동산을 짓든, 궁궐을 짓든 하겠죠.
SJ 유형은 이미 주어진 땅, 혹은 사회에서 주어지는 규범과 규칙을 받아들이고, 그 위에 자신만의 탑을 쌓지만, INFJ는 기존의 규범을 바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초년에 고생하기도 하죠. 자신만의 규범을 인생 경험을 통해 스스로 정립하고 나면, 그 땅은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 됩니다. 자신이 주인이 된 새로운 땅에서 해내지 못할 것이 있을까요.
지금 헤매는 것 같고, 타인에 비해 성과가 없어 보여도, 바다 속 깊은 곳에 나만의 땅이 솟아나는 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내 안의 정보와 경험이 역치를 넘어서는 그 순간까지 자기만의 방식으로 모래를 채워 나가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어떤 특정 방향을 정해서 한 우물만 파는 것도 좋지만, 가능한 열린 자세로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때로는 아무도 원치 않는 일에 매진했다가도, 때로는 남들이 하는 대로 그대로 따라가 보기도 하면서, 내적인 세계를 견고히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 같습니다. 돌고 돌아가는 길이라도 결국 나만의 길이 그렇다고 믿으면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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