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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ine Musk] 길을 잃는 법

멜리비 2019. 5. 30. 06:28

원문 보기: http://justinemusk.com/2013/04/17/how-to-be-lost/

당신 인생에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평온함이 깨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란 때아닌 그리움과 같은 아련한 것이었을 수도 있고, 죽음이나 이혼과 같은, 사람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그런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됐건, 그 무엇은 당신을 미지의 세계로 내몰았습니다. 정신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당신은 이미 갈 길을 잃었습니다.

혼란스러운 당신은 불안한 마음을 안은 채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습니다. 이때부터,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주인공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당신의 거친 한계와 그 너머에 존재하는 미지의 세계로의 여정 말이죠.

여정은 당신을 재창조합니다. 길을 잃는 것 자체가 창조의 한 과정입니다. 자아를 재조명하는 과정입니다. 창조적인 활동은 단계를 거쳐 일어납니다. 우선 문제를 정의합니다. 당신은 어떤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나요? 그 질문을 찾아낸 다음에, 다시금 열 가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되묻습니다. 질문을 바꾸고, 패러다임을 바꾸고, 당신의 인생을 바라보는 각도 자체를 이동 시킵니다. 어쩌면 새로운 각도가 필요했던 걸 수도 있거든요.

일정 기간 동안, 재료를 골라 모으고, 영감을 찾고, 미지의 영역으로 우선 출발합니다.

첫 발을 내딛기 위해서는, 우선 이별을 고해야 합니다.

모든 여행은, 지금 이곳에 더 이상 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시작됩니다.

희생이 따릅니다. 무언가를 두고 떠나야만 합니다.

현재 파트너나 직장, 지금까지 살던 도시나 커리어를 뒤로 하고 떠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혹은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해 왔던 신념이나, 자신을 더 이상 설명해주지 못하는 자아 이미지나, 자신을 더 이상 지켜 주지 못하는 (그리고 아마도 당신의 앞길을 막고 있는) 방어 기제를 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도요.

그리고 부화의 시기가 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모은 원재료를 당신 안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당신의 삶을 통째로 움직이고, 나아갈 길을 밝혀줄, 영감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 시기에는 자기 안으로 들어갑니다. 자신을 감싸는 여러 겹을 들추고 그 안으로 더 깊은 곳으로 침잠합니다. 자신의 뼈마디를 통해 전해지는, 자아의 핵으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요히 귀를 기울입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전해줄 목소리를 들으려면, 우선 외부에서 오는 소음을 차단해야 합니다. 외부에서 쉴새 없이 들려오는, 당신이 어떠해야 하고, 누구처럼 되어야 한다고 떠드는 목소리 말입니다.

이게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흔들림 없이, 자신의 힘을 온전히 향유한 채, 새로운 자아가 탄생하는 그 순간에도 긴장감을 견디고, 그 순간에 무너지지 않고 그대로 있기. 바쁜 일상과 잡다한 일들이 당신을 집어 삼키지 않도록, 그런 정신 없음을 일단 거절하는 것.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 받고 싶어 무언가를 할 때에는, 우리 안에서 분리가 일어납니다. 우리의 생명력으로부터의 단절이 생깁니다. 생명력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고 영양을 주며, 과감하게 실수 (혹은 타인이 실수라고 부를 만한 그 무엇을)할 강인함과 용기를 줍니다.

길을 잃고 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리고 현대인은 불편함을 못 견뎌 합니다. 현대인은 마음이 찜찜한 상황에서 얼른 벗어나, 빨리 안전하고 행복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이런 전환의 시기에 돌입하고 나면, 더욱 깊은 내면에서 정해지는 리듬에 따라 변화가 서서히 일어납니다. 빨리 가고 싶다고 가지는 것이 아니죠. 혼란의 시기를 충분히 겪어야 한다고, 내면의 목소리는 전합니다.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올 테지만 말이죠. 여정을 떠난 후에 손 안에 넣게 된 보물과 자원을 두 손에 꼭 쥐고서요. 미지의 것들을 안식처로 끌어들여,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게 됩니다.

하지만 먼저, 길을 잃어야만 합니다.

길을 잃어야만, 비로소 새로운 세계에 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