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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jebkinnison.com/bad-boyfriends-the-book/type-dismissive-avoidant/
본문의 내용 중에는 회피형(Dismissive Avoidant)의 사람뿐만 아니라 관심-애착형에게(Anxious-Avoidant)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관심-애착형들은 결국 회피 성향(Avoidant)의 사람들 중 아직 관계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회피 성향”의 사람을 지칭할 때에는, 회피형과 관심-애착형 사람 모두를 함께 지칭한다고 보면 됩니다.
두 가지 회피 성향의 사람 모두, 자신의 양육자는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며, 친밀감은 위험한 감정이라는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피형들은 이런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한 층 발전시켜, “나는 이미 충분하고, 다른 사람은 필요 없고, 타인은 나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나는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고 스스로 세뇌하고, 관심-애착형들은 언제나 친밀감을 의식적으로 갈구하지만, 실제로 친밀해지기 시작하면 두려움이 밀려 옵니다. 두 유형 모두 양육자에게 기대지 않도록 훈련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회피형들은 그런 아픔에 대응하기 위해 자기 스스로 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결정해 버리므로,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감정적인 교류에 참여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회피형들은 대체로 이런 자신의 성향에 대해 드러내 놓고 지내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것처럼 보이며, 자신이 독립적인 성격이라고 남들에게 설명하는 한편,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나약함과 동일하다고 보고, 사사로운 정은 결국 자신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고, 공감과 연민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의 영역으로 치부합니다.
회피형들 중에는 종종 이전 관계에 대한 애틋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의 로맨스라든가, 이루어질 수 없는 장거리 연애라든가. 이렇듯 이상화된 이전 연인에 대한 기억은 회피형 사람들에게 현실의 관계가 버거워질 때 도피처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회피형 사람들은 실제로 현실의 관계에서 요구하는 실질적인 노력에 상당히 빨리 지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식의 도피는 더더욱 편리합니다; 어느 누구도 환상의 관계와 비교할 만한 파트너가 되어 줄 수는 없으니깐요. 회피형들은 이런 방식으로 진정한 친밀감으로부터 도망칩니다.
회피형의 사람들은 대체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많지 않습니다. 자존감과 독립심으로 구축한 방어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픈 기억들을 전부 억눌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애착을 무시하는” 성인들은 애착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려 하지 않거나, 다루지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잇습니다. 이들은 애착과 관련된 질문을 아주 조심스럽게 하였고,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지 못했고, 종종 어린 시절을 기억해 내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것을 싫어하기도 했고, 그런 성찰 자체를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이중 어떤 이들은 애착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되자 “대체 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라고 강요하나요?” 혹은 “이런 질문 자체가 바보 같아요”와 같은, 일면 공격적이기까지 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회피형의 성인들은 엄마나 부모에 대해 설명할 때 애매모호하게 설명하였고, 대체로 부모를 이상화된 모습으로 묘사하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모의 이상화된 모습을 뒷받침할 만한 실제 사건을 예로 들어달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이들의 기억 속에서부터 알게 모르게 부모에 관한 부정적인 내용들이 조금씩 스며 나오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그리하여, 한 남성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처음에는 “착하다”고 표현했지만, 점점 질문을 이어 나가다 보니 결국 그의 어머니는 술을 자주 마셨고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어머니가 자신을 그렇게 대했다는 사실에 대한 느낌을 물었을 때, 그는 “전혀 아무렇지 않아요. 그런 어머니 덕분에 내가 이렇게 강하게 컸잖아요. 난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서로서로 손을 꼭 맞잡고 합의를 해야만 하는 직장 동료들과는 다르거든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렇듯 씩씩하게 징징대지 않고 대답하는 방식이야말로, 어린 시절의 상처를 오히려 자신을 강하게 만든 원동력으로 보고 받아들이는 회피형들의 아주 흔한 태도 중 하나입니다. 또 다른 회피형의 남성은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이 넘치고” “배려심이 강하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사람” “자식들이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존재”라고 묘사했지만, 실제로 점점 상세한 질문을 한 결과 자신의 어머니가 따뜻한 모성애를 보여준 경우를 단 한 건도 생각해낼 수 없었습니다.
동료 학생들은 회피형 사람들에게서 전해지는 적대심과 불신을 쉽게 알아챕니다. 어느 면담에서 회피형의 신입생들은 대체로 어린 시절 부모와 있었던 일을 기억해내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동급생들로부터 “더 적대적이고, 남을 깔보는 태도를 보이고, 거리감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회피형의 사람들은 의식적으로 친밀감을 갈구하지는 않지만, 결국 타인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무의식적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오랜 시간 떨어져 있으면 배우자를 그리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낯선 곳으로 이사를 한다면 이전 곳에 남겨두고 온 친구와 가족을 그리워하는 한편,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데 열중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별의 과정에서도 불안 애착 성향의 사람들은 과정이 부자연스럽습니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에서, 회피 유형의 사람들은 주변인들과의 이별이 자신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는 오히려 자유를 즐기는 듯 보이거나, 업무에 열중하는 등 얼핏 봐서는 괜찮은 것처럼 행동하지만, 이상하게도, 배우자가 다시 곁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지나칠 정도로 배우자에게 차가운 태도를 보여주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회피형의 사람들은 관심과 섹스, 그리고 소속감에 대한 욕구를, 대체로 요구 사항이 상대적으로 적은 상대 (대체로 관심-애착형 사람들이죠!), 즉 관계에 대한 실질적인 정성이나 진정한 친밀감에 대한 요구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받으려 합니다:
회피 성향의 소년은 아마도 자신의 보살핌에 대한 욕구를 숨기는 법을 배우게 되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곁에 있도록 다양한 통제 기술을 익히고, 자신보다 보살핌에 대한 욕구가 상대적으로 더 드러나는 사람, 혹은 요구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보살핌을 주는 사람을 찾아 내어 곁에 두게 될 것입니다.
회피 성향의 사람들은 일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자신의 일이 인간 관계보다 우선순위가 높아, 관계를 방해할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이들은 일 때문에 바빠서 사람을 사귈 틈이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단체로 일하기 보다는 혼자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고도 이야기합니다. 당연한 결과지만 회피 애착 성향의 사람들은 안정 애착 유형의 사람들만큼이나 소득 수준이 높았지만, 삶에 대한 만족도는 관심-애착 유형의 사람들만큼이나 낮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회피형의 사람들은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고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성향 때문에 뛰어난 탐험가가 되거나 개인적으로 활동하여 많은 업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특히 단체의 성과보다는 개인의 실력이 중요한 분야, 혹은 타인의 감정을 무시하는 것이 더욱 유리한 분야, 예를 들어 일부 분야의 소송 활동이나 과학 분야에서는 뛰어난 업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연애할 때, 회피 성향의 사람들은 매력도 있고 사회성도 갖추었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사회 생활을 할 때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고, 어느 정도까지는 적절한 역할을 수행할 줄 압니다. 하지만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느낌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은 연애 상대방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낭만적인 이상을 실현시켜줄 것을 기대하게 되어, 상대방은 필연적으로 회피 성향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결국 버려지게 됩니다. 회피 성향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관계가 오래 되면 오래 될수록 이들은 상대방의 자잘한 단점들을 하나씩 찾아내어 그것들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단점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가지지 못하며, 이별을 통보하는 그 순간까지도 상대방은 회피 유형이 이별을 결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회피 유형의 사람들과 연애하는 상대방들은 대체로 아무것도 모른 채 관계에 열중하다가도, 왠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회피형들은 진정한 친밀감을 두려워하며, 그것을 견뎌낼 능력이 없습니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어느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양육자가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은 감정은 철저히 은폐하는 방법을 배우며 자라났기 때문에, 누군가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오면, 본능적으로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듭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회피형은 자존감이 높은 것처럼 보이고, 관계에 트러블이 생기면 상대방에게 잘못을 모두 뒤집어 씌우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본다면 극심한 열등감이 자리 잡고 있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사랑과 관심을 받을 가치가 없다고 느낍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견고한 갑옷을 뚫고 들어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무의식 속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하고 그는 혼자 만의 공간으로 도망쳐 들어가든가 자신이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안전한 관계 속으로 도피합니다.
회피형은 자신의 약점을 가리기 위해 상대방이 확신을 요구할 때에 가능한 적게 반응합니다. 회피형의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당신이 우선 순위가 낮다는 것을 알려주며, 당신의 감정적인 욕구는 스스로 해결하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냅니다. 이렇듯 회피형의 사람과 함께 있더라도, 사실상 혼자인 겁니다. 회피형들은 애착 관계 안에서 주고 받는 일반적인 소통에 부분적으로만 참여함으로써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독립적인 지위를 지키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거리를 두게 되는데, 일반적인 사람들 모두 자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정도로 거리를 두기도 하지만, 회피형 사람들은 그런 거리 두기를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들에게 주로 활용한다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Levine과 Heller는 거리 두기를 위한 활동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 연인과 수년간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결혼할 준비가 안되었다고 말하는 것
• 연인의 자잘한 단점에 초점을 맞추기: 말하는 방식, 옷 입는 방식, 먹는 방식 등등 작은 일들이 거슬려 사랑하는 마음이 식어가게 내버려두는 것
• 이상화된 예전의 연인을 그리워하는 것
• 연인 이외의 사람들에게 추파를 던짐으로써 현재 관계에 상처를 입히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 상대방에 대해 감정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정작 말로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
• 관계가 좋아질수록 점점 거리를 두는 것 (예를 들어 데이트 분위기가 유난히 좋았으면 며칠 간 전화하지 않는 행동 등
• 미래가 없는 관계에 몰두하는 것, 예를 들어 상대방이 결혼한 사람인 경우
• 연인이 자신에게 이야기를 할 때 집중하지 않고 딴 생각을 하는 것
• 상대방으로부터 비밀을 간직하고 상황을 애매모호하게 두는 것 – 이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독립심을 유지하는 것
• 신체적으로 친밀함을 피하는 것 – 예를 들어 같은 침대를 쓰려 하지 않거나 섹스를 피하거나, 연인과 함께 걸을 때 나란히 걷지 않고 몇 보 앞서서 걷는 것
심한 회피형의 경우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지경에 이릅니다. 이들이 의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감정은 대체로 부정적인데다, 그런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아주 어렵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말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현상을 감정 표현 불능증 (Alexithymia)이라고 하며, 그 어원을 따져 보면 “감정에 관한 말이 없다”로 해석됩니다. 이는 감정이 애초부터 없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심한 경우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이유 없는 분노로 표출하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이나 갑작스런 아드레날린 러시와 같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태초에 의식이 어떻게 생겨 났는지를 설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으로 사람과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이어 내면의 자신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되어 결국 의식의 흐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따라서 의식이란 결국 자기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대한 정확한 이름을 붙이지 못하고, 그 감정에 대해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감정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자신의 감정을 잘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런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대신 막연한 신체적인 불편함, 심장이 빨리 뛰거나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 혹은 안절부절 못함으로 대신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연유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혹은 글로 표현하는 연습이 곧 자신의 감정을 내면적으로 의식하는 연습이 됩니다.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에 대해 자주 이야기할수록,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서 감정에 관해 이야기하는 일이 한층 수월해집니다. 굳이 알렉시미아를 앓고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글로 표현하는 일은 그 감정에 대한 이해를 더욱 높이며, 이런 연유로 심리 상담이 효과적인 치유 방법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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