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보기 : http://markmanson.net/attachment-theory
애착 이론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감정적인 애착에 관해 연구하는 심리학의 한 분야입니다. 애착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때 형성된 애착의 유형이 향후에 성인이 되어서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관계의 유형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애착 이론은 1950년대에 시작되었고, 지금까지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이와 관련한 꽤 많은 연구 자료가 쌓인 상태입니다. Bowlby와 Ainsworth는 각자 다른 연구를 통해, 부모로부터 받은 보살핌의 방식에 따라 향후 일생 동안 애착을 형성하는 전략이 정해진다는 사실을 밝혀 냈습니다. 각자의 애착 형성 전략을 보면 지금까지의 관계가 성공, 혹은 실패한 원인, 특정 유형의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끌리는 이유, 그리고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인간 관계에 있어서의 문제점의 원인을 상당 부분 찾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애착의 종류
심리학자들은 애착 형성 전략에 따라 사람들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눕니다: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 그리고 불안-회피형입니다.
안정형
안정 애착 유형의 사람들은 대체로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습니다. 그리고 혼자 독립적으로 지내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인간 관계에 우선 순위를 부여하는 법을 알고, 관계 속에서 명확한 선을 그을 줄 알고, 잘 지켜냅니다. 안정형 사람들이 연애 혹은 결혼 상대로서,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로 두기에도 가장 적합하다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습니다. 이들은 거절 당하더라도 아픔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알고, 한편으로 의리를 지키고 자신을 희생하는 법도 압니다.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있고, 자기 스스로도 관계 속에서 믿음직스러운 사람입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구의 약 50% 정도가 안정형이라고 합니다. 어린 시절 양육자가 자신의 욕구를 계속해서 채워주고,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랐다면, 안정형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안형
불안 애착 유형의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이 맺고 있는 인간 관계에 대해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안형의 파트너는 언제나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끊임 없는 관심을 주어야만 불안함이 조금 진정됩니다. 불안형들은 혼자 있거나, 싱글인 상태로 지내는 것을 못 견뎌 합니다. 그래서인지 종종 불건강하거나, 상대로부터 학대 받는 관계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불안형들은 종종 불규칙적이고 충동적이거나, 감정 과잉이거나, 상대 성별의 사람들은 모두 차갑고 잔인하다고 여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하루에 36번 전화하는 여자나, 여자친구가 자기 몰래 다른 남자에게 추파를 던질까봐 직장까지 몰래 따라가는 남자 같은, 그런 사람들이 주로 불안형들이니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불안형일 확률이 높습니다. 어린 시절에 보살핌과 사랑을 예측할 수 없이 불규칙적으로 받았던 사람이 성장하여 불안형이 됩니다.
회피형
회피 애착 유형의 사람들은 매우 독립적이고 자주적이고, 대체로 친밀감을 불편해 합니다. 이들은 한 사람에게 올인하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공포를 가지고 있고, 친밀감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합리화 하는 기술이 매우 발달해 있습니다. 누군가 너무 가까이 다가오기라도 한다면 “숨이 막힌다”거나 “답답하다”고 하소연 하는 것도 회피형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어떤 관계를 맺든, 이들은 언제나 도망갈 구멍을 확보해 둡니다. 언제나, 항상 말이죠. 그리고 자신의 생활을 구축할 때 가능한 한 사람과 꾸준히 지내는 일을 피하고, 친밀감을 느낄 만한 상황도 최소화하도록 설계합니다. 일주일에 80시간 근무하고 여자 친구가 주말에 한 번 보는 것 말고도 좀더 자주 보자고 조르면 화내는 남자. 혹은 수년간 여러 남자들과 데이트를 하지만 꾸준히 사귀기보다는 질리면 바로 차 버리는 여자. 대체로 여자보다는 남자가 회피형이 되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어린 시절 자신의 모든 욕구 중 일부에 대해서만 보살핌을 받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무시 당했던 아이들이 주로 성장하여 회피형 인간이 됩니다.
불안-회피형
불안-회피 유형은 위에서 말한 불안형과 회피형의 문제점을 모두 모아 놓은 짬짜면 세트 같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친밀감과 헌신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려고 하면 감정적으로 심하게 반발하기도 합니다. 불안-회피형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아주 불행하게 보내거나, 불건강한 관계 속에서 보냅니다. 연구에 의하면, 전체 인구 중 불안-회피형 사람들은 그 수가 극히 적고, 이들은 대부분 애착 문제뿐만 아니라, 인생의 전반에 걸쳐 다른 문제도 많이 가지고 있는 불건강한 사람들입니다 (약물 복용, 우울증 등등). 어린 시절에 학대를 받았거나 심각한 수준으로 방치되었던 아이들이 불안-회피형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심리적 유형 분류 체계가 그렇듯이, 위에서 나타나는 성향을 절대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마다 어느 정도씩 위에 나열한 각 유형의 특성들을 스펙트럼을 따라 각기 다른 수준으로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Amir Levie와 Rachel Heller가 쓴 책 『Attached』에서 필자는 안정형 척도에서 75%, 회피형 척도에서 90%, 그리고 불안형 척도에서 10%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아마도 3-5년 전에는 안정형 척도가 지금보다 낮았을 것이고, 불안형이 높았을 것으로 스스로 추정하고 있으나, 회피형 척도는 지금처럼 마찬가지로 아마 최대치에 육박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 전 여친들 모두 이점에 대해 동의할 것입니다).
요는, 누구든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애착 유형을 보일 수 있으며, 각 유형마다 나타나는 빈도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주를 이루는 애착 전략이 있겠지만, 안정형이 가끔 회피형이나 불안형이 할 법한 행동을 보일 수도 있고, 불안형 중에 안정형의 특성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구든 온전히 한 유형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불안형과 회피형 모두 안정형의 특성을 어느 정도까지는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불안-회피형은 대체로 안정형 척도에서 점수가 매우 낮은 편입니다.
관계 유형
사람들이 관계를 맺을 때에는 각기 애착 유형에 따라 보여주는 관계의 특성, 혹은 역학관계는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안정형들은 불안형과 회피형 모두와 안정적인 연애가 가능합니다. 이들은 스스로 자신감이 있어 불안형들을 충분히 안심시킬 수 있는 한편, 회피형들에게는 필요한 만큼 거리를 두게 하더라도 스스로 전혀 불안을 느끼지 않을 능력이 있습니다.
불안형과 회피형은 서로 반대 유형과 연애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현상은 얼핏 봐서는 이해가 잘 안 갈 수도 있지만, 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회피형들은 대체로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철벽을 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들이 마음을 열기까지 옆에 꾸준히 붙어서 노력을 들이는 유형은 불안형 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회피형 남성은 안정형 여성의 구애를 성공적으로 차단 시키는 법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 안정형 여성은 거절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하지만 불안형 여성은 회피형 남성이 자신을 밀어내면 낼수록 더욱 매달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녀는 상대 남성에게 수 주, 혹은 수 개월 동안 계속 연락을 하여 그로 하여금 자신에게 굴복하고 마음을 열게 만들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회피형 남성은 자신이 아무리 멋대로 행동하더라도 불안형 여성이 떠나지 않고 곁에 남아줄 것이란 확신이 생겼기 때문에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이런 관계는 대체로 쫓고 쫓기는 불건강한 관계로 발전하게 되나, 회피형과 불안형 모두 자신이 친밀감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충족되어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갑니다.
불안-회피형들은 대체로 같은 유형끼리 서로 관계를 맺거나, 불안형이나 회피형 중 가장 안정 성향이 낮은 쪽 사람들과 관계를 맺습니다. 이들의 관계는 아예 대놓고 서로를 학대하거나 방치하거나, 적어도 아주 불안정한 관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대체로, 불안정한 사람은 불안정한 사람을 찾게 되고, 안정적인 사람은 안정적인 사람을 찾게 된다는 것입니다. 불안정한 모습이 겉으로 보기에 서로 달라 보여도, 결국 원리는 같습니다. 쉽게 말해서, 그 동안 나한테 메일로 자신이 만나는 모든 여자들이 자꾸 매달리고 자신을 조종하려 들고 신뢰하지 못한다고 불평하던 남자들은…이제 진짜 문제가 누구한테 있는지 눈치 채셨죠?
자신의 애착 유형을 알고, 바꾸기
당신이 매번 안정적인 관계를 거부하고 연애 대상을 피하고 있거나, 혹은 그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거나 그들과 자신에 대해 공유하지 않고 있다면, 대체로 회피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일 당신이 자신의 파트너에 대해 항상 걱정하고 있고, 당신이 관계 속에서 상대방을 더 좋아하고 있다고 느끼고, 그들을 항상 보아야만 마음이 놓이고, 그들이 언제나 당신을 안심시켜야 한다면, 당신은 아마도 불안형일 것입니다. 반면, 당신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데이트하고 친밀해지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으면서도, 지킬 선을 정확히 지키는 법을 알고 또한 혼자 있는 것도 괜찮다고 느낀다면, 당신은 아마도 안정형일 것입니다.
좋은 소식 하나 전하자면, 당신의 애착 유형은 시간이 지나면서, 아주 조금씩, 그리고 아주 힘겨운 과정을 거쳐, 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불안형, 혹은 회피형이 안정형과 장기적으로 관계를 맺는다면, 점점 안정형으로 변해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으로 불안형이나 회피형이 안정형하고 오랫동안 관계를 맺다 보면 오히려 안정형의 안정을 더 끌어내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아주 힘든 일을 겪고 나면, 예를 들어 이혼이나 자식의 죽음, 큰 사고 등을 겪은 후에 안정형이 조금 더 불안정한 애착 유형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가령, 나름대로 안정형인 한 남성이 불안-회피형의 여성과 결혼하고, 그녀의 안정 성향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이들 부부가 돈 문제로 힘겨워하다가 그녀가 도로 불안정한 상태로 돌아가, 남편을 두고 바람을 피우고 이혼을 해서 그나마 남은 돈을 전부 가져간다면, 남성은 그 충격으로 회피형으로 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는 향후 10년 동안 여성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죽도록 회피하는 새로운 패턴을 보일 수 있겠죠.
심리학자 Bartholomew와 Horowitz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인식이 애착 성향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아래와 같이 가설을 세웠습니다.
안정형들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함께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모두를 가지고 있습니다. 불안형들은 자신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타인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타인에게 집착하는 행동을 보입니다). 회피형들은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나 타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고 (그래서 거만한 인상을 주고 한 사람에게 헌신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불안-회피형들은 그냥 온 세상이 부정적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관계 속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거죠).
위 모델을 로드맵 삼아 자신을 점점 안정형 쪽으로 바꾸어 나갈 수 있습니다. 불안형들은 자신을 개발하는데 힘을 써서, 관계 안에서 건강한 선을 긋는 연습을 하여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도록 노력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남성들에게 연애에 관한 조언을 할 때 자주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자신이 잘하고, 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일을 하나 찾아 거기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상대 여성에게 집중하기보다는, 그런 일에 더욱 집중하란 얘깁니다. 회피형들은 마음을 여는 연습을 계속해야 합니다. 자신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타인과 공유하여 돈독하고 풍부한 관계를 쌓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누구를 만나든 그 사람에게서 좋은 점을 발견하려고 노력하십시오. 그들이 당신에게 그런 점을 굳이 광고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타인에 대해 궁금해 하세요. 함부로 판단하지 말구요.
그리고, 이쯤에서 여러분 중에는 이 글을 읽으면서, “난 지금 이대로도 좋아. 혼자인 것도 좋고 자유로운 것도 좋고.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아.”라고 속으로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사실, 많은 회피형이나 불안형 사람들이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영위해 나가기도 합니다. 이들 중 어떤 사람들은 오랫동안 한 사람과 성공적으로 관계를 지속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안정형들이 타 유형에 비해 더욱 행복하고 스스로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며,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낮고, 더 건강하고, 더욱 안정적인 인간 관계를 갖고, 더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그리고 내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강한 회피 성향을 보이다가 지난 6년에 걸쳐 끊임 없이 노력한 결과 점점 안정형으로 변모 해 온 지금, 인생의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고, 인간 관계와 연애에 만족해 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음을, 장담합니다.
'심리학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착이론] 정서적으로 미숙한 부모의 7가지 특징 (2) | 2019.06.04 |
---|---|
[애착이론] 회피 애착 유형의 감정 역학 (4) | 2019.06.04 |
[애착이론] 사랑의 끝: 애착과 이별의 상관관계 (0) | 2019.06.04 |
[애착이론] 애착 유형을 바꾸는 법 (2) | 2019.06.04 |
[애착이론] 회피 애착 유형 (0) | 2019.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