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INFJ] INFJ가 휴식을 취하는 법

멜리비 2019. 6. 5. 08:15

INFJ는 타 유형에 비해 피로를 느끼기 쉬운 것 같습니다. 평소에 외향/감각 성향에 맞도록 설정되어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다 보니 남들보다 더 빨리 지칩니다. 직장 생활을 하려면 자기만의 시간 없이 하루 종일 사람들과 부대껴야 하는데, 예민한 신경계가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자극을 받아 과부하가 옵니다. 주변인들과 소통하려면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재조립하여 전달해야 하며, 그들의 말 또한 열심히 귀기울여 그들이 의도한 대로 알아들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INFJ는 쉽게 지칩니다. 주말에 하루 정도는 혼자 방에 콕 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지만, 가족이 있다면 그 또한 여의치 않겠죠. 저는 지치면,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말이 지나치게 많아지며 극도로 활달해집니다. 혼자일 때에는 머리 속으로 생각이 멈추지를 않습니다. 속으로 같은 말을 수십번씩 반복합니다. 혹은, 데드라인을 앞두고 있는데 스트레스가 극으로 달하면, 단 음식을 마구 찾기 시작합니다. 적고 보니, 내향 직관이 방향타를 놓은 후, 외향 감정, 내향 사고, 외향 감각이 이리저리 휩쓸리는 그런 형상인 것 같네요.

INFJ가 정신적으로 지친다는 것은 곧 주기능인 내향 직관의 힘이 일시적으로 막힌 그런 상태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INFJ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여백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하루종일 이러저러한 일에 치여 며칠을 연속으로 보내고 나면, 내향 직관이 처리해야 할 정보와 경험이 쌓여 흐름이 막히는 느낌입니다. 평온한 상태에서 있다 보면, 마음 속에 푸근한 느낌으로 자신에 대한 이해, 세상에 대한 이해, 그리고 연결감이 차오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데, 이 기분은 온데간데없고, 머리가 피곤한 상태에서 극도로 활성화되어 있는 정신 사나운 느낌만 남습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활달한 단계를 지나고 나면, 갑작스럽게 모두와 연락을 끊고 집안, 혹은 좋아하는 카페에 들어 앉아 버립니다. 회사에는 휴가를 내기도 합니다. 갑작스러운 휴가를 종종 내는 편입니다. 이 상태로 바깥 활동을 하다 보면 평소에 1시간 걸려 일을 하루 종일 붙들고 있거나,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게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루 정도 잠수 타고 나면, 상태가 많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혹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 놓습니다. 우리 INFJ는 인생 상담 자체를 잘 안 합니다. 어느 날엔가 문제의 해답이 떠오르는, 그런 느낌이 드는 날이 온다는 것을 아니깐요. 하지만 종종, 저의 말에 따뜻하게 귀기울여 줄 사람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위로해주고 안심 시켜주는 그런 사람들. 제 인생에서 그런 역할을 맡은 사람은 거의 언제나 ISFJ나 ESFJ였습니다.

INFJ에게는 무엇보다 시간적인 여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말하는 스트레스를 푸는 법만으로는 아무것도 풀리지 않습니다. 남들은 피곤해지면 생각이 더뎌지고 말수가 줄어드는데, INFJ는 생각이 끝없이 이어지며, 말수는 이상할 정도로 많아졌다가, 어느 순간 잠수 타 버리는, 그런 순서로 피곤함을 경험합니다. 사실 잠수 타는 것은 대부분의 내향적인 성격 유형이라면 공통이지 싶습니다. 하지만 잠수 타기 직전에 마치 딴 사람이 된 것처럼 활달해지는 것은 우리 INFJ 특유의 모습이 아닐까요.

최근에 이런 피곤한 상태를 끝까지 경험하고 돌아올 일이 있었습니다. 머리로는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머리 속 생각이 멈추지를 않아 점점 예민해지고 피폐해져 갔습니다. 이때 한 가지 도움이 되었던 것이, 외향 감각 기능을 주로 쓰는 활동을 한 것이었습니다. 내향 직관을 전혀 활용하지 않으면서, 외부로 눈길을 돌려, 예쁜 물건, 좋은 풍경,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외향 감각으로만 경험해 보았습니다. 물론 모두와 연락을 끊은 이후의 일이었죠. 결국 마음 속의 응어리는 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응어리를 직시하고, 언젠가 떠오를 해결책을 차분하게 기다릴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우리 INFJ는 생각보다 빨리 피로감이 쌓인다는 것을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남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나만의 여백의 시간을 혼자라도 지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