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INFJ] INFJ의 근원적인 외로움

멜리비 2019. 6. 5. 08:18

INFJ의 근원적인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INFJ는 세상을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기 때문에, 나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발생하는 외로움입니다. 수학적인 외로움이죠.

정신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주변 친구들로부터 나의 생각을 전달하고 이해 받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노력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습니다. 대체로 외향 감정 기능이 탁월한 친구를 만나 그 자리에서 나의 말에 동의를 구한 것이 최선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가족이 있어도, 만날 친구가 있어도, 소속된 집단이 있어도, 마음이 항상 허전하고, 답답했습니다. 단 한 순간도, 내가 이해 받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왠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사람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로 짝사랑도 숱하게 하였더랬죠.

하지만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되돌아보니, 나에게 나름의 방식으로 마음을 써준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굳이 세상의 이치에 대한 거창한 대화를 나누지 않았더라도, 학창 시절 손편지를 정성껏 써주었던 친구, 함께 음악을 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던 사람들, 등산길 자신이 들고 온 물을 내주었던 사람들, 회사 일로 힘들어할 때 하루 저녁 고민을 들어주었던 사람들. 내가 나를 찾아 가는 길은 나 혼자서 걸었지만, 가는 길목 길목마다 만나서 잠시 동행했던 고마운 사람들이 진정 나의 인간관계의 핵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이해 받지 못했다고 불평 불만을 하는 사이에, 내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따뜻한 마음을 베풀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 점점 내 삶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 가니, 과거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마치 외국에서 여행을 하면서,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따뜻한 의도를 가지고 나를 대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그 자체로도 얼마나 소중한지, 뒤늦게 깨닫는 것처럼. 나의 독특한 언어를 이해해주지 못한다 하여, 나 혼자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힘들어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주변인으로부터, 나의 INFJ 세계에 대한 이해를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습니다. 서툰 손짓과 언어로,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기도 하고, 함께 산책도 하며, 서로 힘들고 마음이 허전할 때 보듬어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이미 충만한 인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새삼, 혼자 힘들어 하느라 내가 받은 만큼 마음을 베풀지 못했던 나 자신이 때로는 부끄럽기도 합니다. 누구나 성장 기간이 있어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나는 조금은 다르게 마음을 먹고, 주변에 기여하고, 집단에 기여하는 비중을 내 생활 속에서 높이고 싶습니다.

내가 세상을 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오히려 조금은 편해졌습니다. 내가 나 자신을 확실히 알고 이해하는 이상, 누구에게도 확인을 받을 필요가 없는 나이에 닿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INFJ' 카테고리의 다른 글

[INFJ] INFJ와 소통  (8) 2019.08.01
[INFJ] INFJ의 성장 곡선  (17) 2019.07.03
[INFJ] INFJ와 INFP 구분법  (2) 2019.06.05
[INFJ] INFJ가 휴식을 취하는 법  (12) 2019.06.05
[INFJ] 외향 감정이 INFJ의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  (0) 2019.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