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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Bowlby (1907-1990)는 프로이트처럼 정신분석학자였고, 개인의 정신 건강과 문제 행동 모두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Bowlby의 진화론적 애착이론에 따르면, 어린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타인과 애착을 형성하도록 이미 프로그래밍이 된 상태이며, 이런 특성은 아이들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고 보았다.
Bowlby는 대체로 발생론적 이론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Lorenz (1935)의 각인 이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Lorenz는 (오리 새끼의 예를 들어) 애착은 타고난 것이며,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Bowlby는 개인의 애착 행동은 본능에서 나오며, 애착 대상으로부터의 분리나 불안정성, 혹은 두려움 등, 근접성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면 무엇이든 애착 행동을 유발한다고 믿었다.
Bowlby (1969, 1988)는 또한 낯선 사람을 무서워하는 감정이 아기들에게는 중요한 생존 본능 중 하나라고 주장하였다. 아기들의 특정 행동은 타고난 것들로, 울거나, 웃거나, 기거나 등등의 행동 (social releaser)을 통해 엄마나 애착 대상과의 근접성과 접촉을 추구한다고 보았고,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유사한 행동과는 구분하였다.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엄마와 근접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는 아기들이 대체로 생존 확률이 높았을 것이며, 이어 자손을 생산했을 것이다. Bowlby는 아기와 엄마 모두 서로 접촉해야만 하는 생물학적 본능을 진화 과정에서 발달시켜 왔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이렇듯 애착 행동은 처음부터 정해진 몇 개의 패턴으로 나타나며, 모두 동일한 기능을 한다. 아기는 양육자를 자극하는 사회적 해소 행동 (social releaser), 즉 울거나 웃는 등의 행동을 본능적으로 하기 시작한다. Bowlby의 이론에 따르면, 애착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는 (행동주의 이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음식이 아니라 보살핌과 반응이다.
Bowlby는 유아가 우선 한 개의 애착만을 형성하고, 최초의 애착 대상이 향후 아기가 주변을 탐색하는데 기지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아기가 최초로 형성한 애착 관계는 이후의 모든 사회적 관계의 원형 (prototype)이 되기 때문에, 최초의 애착 관계에 지장이 생기면, 향후 아기의 인생에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보았다.
Bowlby 애착이론의 핵심 주장
1. 아이는 한 명의 주 애착 대상과 애착을 형성하고자 하는 본능을 타고난다 (monotropy).
Bowlby는 한 명의 유아에게 둘 이상의 애착 대상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으나, 대체로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중요한 주요 애착 대상이 하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때 주요 애착 대상은 주로 엄마라고 보았다).
Bowlby는 유아의 주요 애착 대상과의 애착 관계가 이후의 어떤 관계와 비교해도 질적으로 다르다고 보았다. Bowlby는 유아의 엄마와의 관계가 다른 어떠한 관계보다도 중요하며, 특별하다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Bowlby (1988)의 모노트로피 주장(애착이란 오직 하나의 애착 대상하고만 맺는 필수적이고 가까운 관계라고 보는 것)은 자연스레, 아이가 엄마와의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거나, 엄마와의 관계에 지장이 생긴다면,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시와 같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즉, Bowlby의 모노트로피 이론은 그의 모성 결여 가설로 이어졌다.
아이는 양육자와의 근접성, 혹은 접촉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아이가 평소보다 강한 자극을 받으면, 곧바로 양육자에게 신호를 보낸다. 울고, 웃고, 움직이는 행동 모두 신호를 보내는 행위에 해당한다. 양육자는 본능적으로 아이의 행동에 반응하면서 상호작용하는 행동 패턴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2. 아이는 생후 약 2년까지는 오직 한 명의 주 양육자로부터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
Bowlby (1951)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생후부터 2년 반에서 3년까지 엄마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지 않는다면 엄마의 보살핌은 무용지물이라고 보았으며, 대부분의 아이들은 12개월 이후까지 엄마의 관심과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즉, 양육이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하는 시기가 있는 것이다.
생후 2년 동안의 중요한 시기에 애착 관계가 중단되거나, 애착에 지장이 생긴다면, 아이는 모성 결핍으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장기적으로 입는다. 이런 위험은 아이가 5세 때까지 이어진다.
Bowlby는 모성 결핍이라는 용어를 엄마를 잃거나 엄마와 헤어지는 일, 그리고 엄마와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는 일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활용하였다.
Bowlby의 모성 결핍 이론은 기본적으로 아이와 주 양육자간의 애착이 중단되거나 지장이 생긴다면, 유아는 장기적으로 인지적, 사회적, 감정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제한다. 이런 전제가 시사하는 바는 실로 광범위하다 – 이런 내용이 만일 사실이라면, 주 양육자는 출근하는 동안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행동이 과연 옳은 것일지 등의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3. 모성 결핍의 장기적으로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으로는:
- 비행
- 지적 능력 저하
- 공격성 증가
- 우울증
-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시
등을 들 수 있다.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시란 타인에 대한 애정과 연민을 보이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충동적으로 행동한다. 이들은 자신의 반사회적인 행동에 대한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4. Robertson과 Bowlby (1952)는 애착 대상과의 단기 분리 또한 아이에게 고통을 준다고 보았다.
이들에 의하면, 아이의 고통은 다음과 같이 3단계로 진행된다:
• 항의: 아이는 부모가 떠나려 할 때 소리 지르고 화를 내며 항의한다. 부모가 떠나지 못하도록 부모한테 매달린다.
• 절망: 아이의 항의는 점점 잦아들고, 아직 기분은 좋지 않지만 표면적으로는 조금씩 평정을 되찾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는 다른 이의 위로를 거절하고 주변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며 무기력해진다
• 무심함: 분리 상태가 지속되면 아이는 점점 다른 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한다. 이때 양육자가 돌아온다면 양육자를 거부하고 화를 심하게 내는 행동을 보인다.
5. 주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는 내적인 실천 모형의 개발로 이어진다 (Bowlby, 1969).
이와 관련된 내적인 실천 모형은 세상과 자신,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정신적 상으로 이루어진 인지적 틀이다. 각 개인은 자신의 내적 모형에서 제공하는 기억과 기대에 따라 타인과의 교류를 평가하게 된다 (Bretherton, & Munholland, 1999).
3세를 전후하여 이런 내적 모형은 아이의 성격의 일부로 자리 잡는 듯하며, 아이는 이 모형을 기반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교류하기 시작한다 (Schore, 2000). Bowlby (1969)에 의하면, 주 양육자와의 관계는 내적 모형의 원형을 형성하며, 개인의 향후에 맺는 관계를 규정짓는 기반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내적 모형은 3가지 주요 특성을 가지고 있다: (1) 타인은 신뢰할 만하다는 것, (2) 자신은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 (3) 자신은 타인과 교류할 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적 상에 따라 아이의 내적 모형이 형성되며, 향후 개인의 사회적, 감정적 행동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타인에게 반응하는 정도와 타인과 교류하는 방식을 규정한다.
44명 도둑 연구 (Bowlby, 1944)
John Bowlby는 생후 5년 동안 유아가 엄마와 맺는 관계가 사회화에 영향을 끼치는 핵심적인 관계라고 보았다. 이렇듯 중요한 관계에 지장이 생긴다면 이후에 청소년기 비행, 정서적 불안정, 혹은 반사회적 행동으로 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가설을 실험하기 위해, Bowlby는 어린이 보호 클리닉에서 지내는 44명의 비행 청소년을 연구하였다.
연구 목적: 모성 결핍의 장기적 영향을 연구하기 위하여 비행 청소년들이 모성 결핍을 겪었는지 확인하는 것. 모성 결핍 가설에 따르면, 유년기 동안 엄마와의 애착 관계를 끊었을 경우, 아이의 지적, 사회적, 정서적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연구 방식: Bowlby는 1936에서 1939년 사이에 자신이 일하는 클리닉에서 88명의 어린이를 샘플로 선정하였다. 이중 44명은 비행 청소년으로 도둑질을 한 경력이 있었고, 이로 인해 Bowlby에게 치료를 받으러 온 상태였다. Bowlby는 또한 통제 집단으로 다른 청소년 44명을 선정하였다. 통제 집단의 청소년들은 정서적 문제가 있어 클리닉에 들어오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는 이들이었다.
클리닉에 도착한 청소년들은 각자 모두 심리학자로부터 IQ 검사와 검사에 임하는 정서 상태를 함께 점검 받았다. 이런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청소년들의 부모는 사회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연구 대상 청소년의 어린 시절에 관한 사항을 기록하였다 (예를 들어 아이가 부모와 떨어진 시기가 있었는지 등).
연구 결과: 도둑 그룹 중 절반 이상이 생후 5세까지 엄마와 6개월 이상 떨어져 지낸 경험이 있었다. 반면, 컨트롤 그룹에서는 오직 청소년 두 명만이 같은 기간 동안 엄마와 떨어져 지낸 경험이 있었다.
그는 또한, 도둑 그룹 중 14명 (32%)이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시’ 증세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감정이나 동정심을 느끼지 못하였다). 통제 집단 청소년들 중에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스는 없었다.
Bowlby는 도둑 그룹의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스’들 중 86%가 5세 이전에 엄마와 긴 시간 떨어져 지낸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양부모 집에서 보냈거나, 병원에서 보내는데 가족이 자주 방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도둑 그룹 중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들 중 17%만이 엄마와 떨어져 지낸 경험이 있었다. 통제 집단 중 오직 두 명만이 생후 5세까지 장기적 분리를 경험하였다.
결론: Bowlby는 유년 시절 엄마와의 분리/모성의 결핍은 일생 동안 지속되는 감정적인 상처로 이어진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이런 현상을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시 (Affectionless Psychopathy)라고 불렀다. Bowlby에 의하면, 이런 상태의 증세로 감정적 발달의 결여, 타인에 대한 동정과 배려의 결여, 죄책감의 결여, 그리고 의미 있고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의 결핍을 들 수 있다.
평가: Bowlby (1944)가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증거는 주양육자와 떨어져 지낸 경험이 있었던 이들에 대한 임상적 인터뷰와 회고 데이터의 형식이었다.
따라서 Bowlby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분리 경험을 돌이켜보며 떠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다. 또한, Bowlby는 실험을 스스로 설계하고 진행하였는데, 이는 실험자의 편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는 특히 감정적 결여 사이코패시를 스스로 진단하였다.
44명의 도둑 연구에 관한 또 다른 비판으로는,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시가 모성 결핍으로 인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점을 들 수 있다. 사이코패시와 모성 결핍은 상호 관계 데이터로 이 두 변수 간의 관계만을 보여주며, 모성 결핍 이외의 요소들, 즉 가족 내 불화나 부모의 수입, 교육 수준 등이 44명의 도둑의 행동에 더 많은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Rutter (1972)는 Bowlby의 결론은 상호 관계와 인과 관계를 혼돈하였기 때문에 결함이 있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이 연구는 연구자의 편견에 노출되어 있었다. Bowlby는 정신과 평가를 스스로 진행하였고,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시에 관한 진단도 스스로 내렸다. 그는 자신이 인터뷰하는 청소년이 도둑 그룹인지 통제 집단에 속해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의 연구 결과는 본의 아니게 자신의 기대로 인한 무의식적인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그의 연구 결과에 대한 신빙성은 떨어진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Bowlby의 애착 이론에 대한 평가
Bifulco et al. (1992)은 모성 결핍 이론을 지지한다. 이들은 17세 이전에 엄마와 사별하였거나, 떨어져 지냈던 적이 있는 여성 250명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연구 결과 엄마와의 사별 혹은 분리는 성인이 된 이후에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앓을 확률을 높인다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특히, 6세 이전에 엄마가 사망한 여성들의 경우 우울증 비율이 가장 높았다.
대체로, Bowlby (1944, 1956)의 생각은 연구자들이 애착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그의 모노트로피 이론은 향후 많은 후속 연구를 양산하였다.
Bowlby는 어린 아이들이 여러 대상과 애착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게중에서 엄마와의 애착은 가장 먼저 생겨난다는 점, 그리고 가장 강하다는 점에서 다른 애착 관계와는 차별화된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의 주장과 반대되는 근거도 많이 발견되었다.
- Schaffer & Emerson (1964)은 생후 8개월 정도부터 특정 대상에 대한 애착이 형성되기 시작되며, 그 이후부터는 다양한 사람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관찰하였다. 생후 18개월이 된 시점에는 소수의 아이들만 (13%) 오직 한 사람과의 애착 관계를 형성한 상태였고, 어떤 아이들은 다섯 명, 혹은 그 이상의 대상과 애착 관계를 형성한 상태였다.
- Rutter (1972)는 애착의 증거로 흔히 드는 행동들 (애착 대상이 떠날 때 항의하거나 불쾌해하는 등)이 아빠, 형제자매, 동기 혹은 물건에 대해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Rutter와 같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학자들은 Bowlby가 박탈 (deprivation)과 결핍 (privation)을 구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즉, 애착 관계의 상실은 다루었지만, 애초에 애착을 형성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는 따로 구분하여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Rutter는 특정 시기에 애착의 대상과 분리되는 것보다도, 애착의 질적인 면도 중요하다고 보았다.
Bowlby는 엄마로부터 떨어지거나 엄마를 잃는 것뿐만 아니라, 애초에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것을 모두 통틀어 모성 결핍이라고 뭉뚱그려 불렀다. 하지만 Bowlby가 주장하는 것만큼 모성 결핍의 영향이 과연 큰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Michael Rutter (1972)는 Maternal Deprivation Re-assessed라는 그의 저서에서, Bowlby가 모성 결핍의 개념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고 주장하였다. Bowlby는 ‘모성 결핍’이라는 용어를 통해 애착 대상과의 이별, 애착 대상의 상실, 그리고 애착 관계 형성 실패 모두를 한꺼번에 일컬었다. 하지만 Rutter는 이 세 가지 경우 모두 개인에게는 뚜렷이 다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Rutter는 특히, 박탈과 결핍의 구분을 중시하였다.
Michael Rutter (1981)는 아이가 정서적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이는 결핍이며, 박탈은 애착을 상실하거나, 애착 관계에 지장이 생기는 것이라며 구분하였다.
Rutter는 결핍에 관한 연구들을 전반적으로 검토한 결과, 결핍을 경험한 아이는 처음에는 의존적이고 매달리는 행동,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 혹은 무차별한 친절 등의 태도를 보이다가, 아이가 성장할수록 규칙을 지키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고, 지속되는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또한 애착의 결핍이 반사회적 행동,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시, 언어 장애, 지적 발달과 신체적 발달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보았다.
Rutter는 이런 일련의 문제들이 Bowlby의 주장처럼 엄마와의 애착을 형성하지 못해서 발생하기보다는, 오히려 지적 자극이 부족한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거나, 혹은 애착 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제공되었어야 할 사회적 경험의 부족에서 온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이런 문제들은 아이가 성장한 이후에도 적절한 보살핌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도 보았다.
Bowlby 연구의 44명의 도둑 중 상당수가 어린 시절 이동이 잦은 환경에 처해, 애착 관계를 형성한 적이 없었다. 이런 근거로 미루어 짐작하였을 때, 이들은 박탈이 아닌 결핍으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었던 것이다. Rutter는 이런 결핍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박탈보다도 더욱 해롭다고 보았다. 이런 그의 주장은 Hodges & Tizard(1989)에 의한, 장기 결핍의 영향에 관한 매우 중요한 연구로 이어졌다.
반면, Bowlby의 모성 결핍 이론은 Harlow (1958)의 원숭이에 관한 연구에 의해 뒷받침되기도 한다. Harlow는 엄마와 떨어져 고립된 상태에서 자란 원숭이들은 나이가 들수록 정서적, 사회적 문제를 겪는다는 사실을 보였다. 이 실험에서 고립된 원숭이들은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결핍 상태였으며, 자라나서는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고, 다른 원숭이와 교류하는데 문제를 겪었다.
Konrad Lorenz (1935)는 Bowlby의 모성 결핍 가설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애착 관계 형성의 과정으로서 각인은 내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Bowlby는 신체적 분리 자체가 박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가정하였지만, Rutter (1972)는 물리적인 거리보다는 애착의 중단 자체를 박탈이라고 좁게 해석하였다. Radke-Yarrow (1985)는 엄마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 아이들의 52%가 불안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엄마가 우울증을 앓는데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경우에, 아이들의 80%가 불안정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였다 (Lyons-Ruth, 1988). 이는 사회적 요소의 영향도가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Bowlby는 또한, 대체 양육의 개념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는 주 양육자와의 분리 이후에도 적절한 정서적 보살핌이 있을 경우, 박탈의 영향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Bowlby의 연구 활동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는 엄마가 주 양육자이므로, 엄마의 보살핌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보았고, 이어 엄마들은 일터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다양한 비판이 있었다.
- 엄마가 유일한 양육자인 경우는 어떤 문화권이든 매우 드물며, 대체로 친척이나 친구 등 여러 명이 아이를 양육하는데 참여한다 (Weisner & Gallimore, 1977)
- Van Ijzendoorn & Tavecchio (1987)은 여러 명의 성인이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면 아이에 대한 적절한 보살핌이 이루어질 수 있고, 이런 네트워크는 종종 엄마가 홀로 아이를 양육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 아이들은 집에 항상 있으면서 불행한 엄마보다는, 일터에 나가면서 행복한 엄마 밑에서 더욱 잘 성장한다는 증거가 있다 (Schaffer,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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